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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Aug 11. 2021

올림픽을 통해 바라본 행복이야기

우리는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로 1년을 연기했고, 정치인들의 보이콧 주장부터, 방역, 태풍, 무더위에 무관중 경기까지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되겠지만 그럼에도 선수들의 열정과 이에 열광하는 국민들 만큼은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최고의 축제임에 틀림없다.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 중 화제의 인물이 누구일까? 모든 선수들이 다 고생했지만 특히 많은 국민들과 언론에서 주목한 인물들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식빵 언니 김연경, 경례가 멋졌던 육군 일병 높이뛰기 우상혁, 박태환 이후 모처럼 수영을 주목하게 했던 기대주 황선우, 그리고 탁구 신동 신유빈...


어?  이상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들의 주목받은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다.

놀랍게도 모두 노메달이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지금 노메달 선수들에게 열광하고, 이들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올림픽을 관심 있게 지켜보기 시작한 것은 내 또래 모두가 그러하듯 88 서울 올림픽부터였다.  군사 정권의 88 서울 올림픽에 대한 끝도 없는 홍보에 거의 7,8년간 뇌(?) 되어온 과정으로 맞이한 올림픽은 마치 이거 하나로 우리나라의 생사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즐기는 것보다는 뭔가 사명감에 가득 차서 올림픽 기간 내내 긴장했던 것 같다.

 극단적인 생각으로 잘되면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고, 망하면(뭐가 망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지켜본 것이 가장 오래된 올림픽의 기억이다.     

 이후 4년마다 찾아온 올림픽마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오직 금메달 리스트였다.  

온 국민의 응원 속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영웅 취급을 받았는데 이에 비하여 은메달, 동메달 선수들은 축하보다는 열심히 해서 다음에 꼭 금메달 따세요.. 라며 선수를 반성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3,4위전에서 4위가 되어 동메달도 놓친 선수들은 너무너무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동정을 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었고 선수들 스스로도 그렇게 여겼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모 여자 구기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은 결승전에서 아깝게 져서 금메달을 놓쳤다. 은메달을 딴 것이다.

 경기 직후 아쉬워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당연한 모습이다. 문제는 결승전 이후에 열린 시상식에서였다. 은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이 모두 울고 있었다. 은메달의 값진 수상의 기쁨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그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과 억울함에 그저 눈물을 흘렸다. 당시 동메달을 따며 즐거워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 시상식 장면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랬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은 왜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아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열광하면서 성원과 관심을 보내는 것일까?

 세대가 바뀌고, 국민들이나 선수들의 의식도 개선되었고.. 모든 것이 이유일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을 포괄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순위에 관한 논쟁이 있다

 IOC는 공식적으로 어느 나라가 1등을 했는가에 대해서 발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라마다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먼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은 메달 순위가 금메달 우선 방식이다.

 금메달 1개를 따면 은메달 100개를 딴 국가보다 순위가 앞선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해서 메달 순위를 총 집계 방식으로 정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들의 순위는 금, 은, 동 모든 메달의 합계가 가장 많은 나라 순서대로 순위가 결정되는 종합 메달 방식이다.      

 이 두 방식을 놓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수에 앞섰던 중국과 종합 메달 숫자가 많았던 미국 사이에서 논쟁이 붙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고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를 행복의 관점에서 풀어낸 사람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인철 교수이다.

최인철 교수는 "Happiness is medal-color blind : Happy people value silver and bronze medals more than unhappy people"라는 논문에서 사회적 사건의 가치를 주관적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다르게 인식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올림픽 메달에 대한 인식을 연구했고 두 가지 결론을 냈다.    

 

 첫째, 행복한 사람은 종합 메달 방식을,  불행한 사람은 금메달 우선 방식을 선호한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에 비하여 같은 사건에 대해 더 크게 감사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최고를 추구하면서 극단적 만족을 추구하고 매사에 평가하는 것보다는 적당한 만족을 추구하고 작고 긍정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연구결과 주관적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모든 메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종합 메달 방식을 더 높이 평가하고 선호했다.

  이는 심리학자 디너가 1991년 이야기 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라는 즉 “100만 원짜리 선물 한번 보다, 10만 원짜리 선물을 열 번 해주는 것이 더 낫다”는 행복과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합의해온 명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둘째,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보다 은메달, 동메달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다.     

 연구팀은 금메달 하나와 같아지려면 은메달 몇 개가 있어야 할까? 그리고 은메달 한 개에 해당하는 동메달의 개수는 어느 정도 인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관적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의 경우 금메달 한 개가 은메달 2.68개, 동메달 6.35개에 해당한다고 답했지만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은 사람들은 금메달 한 개가 은메달 4.14개, 동메달 9.57개에 해당한다고 답하였다.

 즉 행복할수록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높았다.  

  


 코로나에, 경제위기에, 부동산에, 빈부격차에 점점 더 세상이 각박해지고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이 훨씬 좋았다면서 꼰대 소리를 하는 어른들도 많고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면서 비난의 화살을 한 곳으로 모아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 국민들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다.

작은 것에 더 큰 기쁨을 생각하고, 만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 각자의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

4등을 해도, 예선 탈락을 해도 최선을 다했으니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선수들

그 선수들을 격려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을 응원하는 국민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불행한 국민이 아님을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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