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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05. 2020

20대의 양준일에게 과연 영상편지가 도움이 되었을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중의 하나는 바로 양준일이다.  작년 초부터 유튜브를 통해 탑골지디(탑골공원의 지드래곤)라고 불리우면서 90년대 초반의 스타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 춤 이라고 호평을 받다가,  슈가맨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 되고 스토리가 알려지고, 다시 JTBC 뉴스룸에 이어 국내 팬미팅, 지금은 광고 출연까지 바야흐로 인생 역전의 삶을 살고있다.



나도 그에 대한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가 내게 다가와서 시덥지 않은 농담을 던졌다.

" 세종대왕이 한글창제 했을때 이야기 인데.. 집현전 학자들이 처음 글을 만든 것을 가져오자 세종대왕은 신하들에게 그것을 읽어 보라고 명한거야...

신하들 : "가,나,다,라.."

세종 : "그것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

신하들 : "사랑한단 뜻이야~ "

ㅋㅋㅋㅋㅋ


그렇게 잠시 소비 되었다가 30년만에 나타난 양준일 에게 세상이 열광 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한 나머지 슈가맨 3 양준일편을 다시보기로 봤다.  감동적이고, 재미 있었다.  양준일 이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이 드러났고, 그의 20대 시절 대한민국이 많이 부족 했음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지금의 늦은 그의 성공이 반가웠다.

단..  그 슈가맨3 에서 단 한장면의 아쉬운 부분을 제외하면 말이다.


당시 방송에서 진행자가 이미 50대인 양준일에게 20대 양준일에게 영상 편지를 요구한다.  거기서 양준일은 이렇게 영상편지를 보낸다. 

" 준일아 걱정 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이 멘트에 당시 패널들과 방청객이 열광했고 그의 팬들도 함께 감동받았다. 

그런데 이 말을 혹시 절대 긍정적 사고를 가지면 언젠가는 결국 성공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오해를 일으킬까봐 걱정이 되어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 때 우리사회 절대긍정 신드롬이 있었다.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등 원하는 것을 꿈꾸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책이 수백만부가 팔려 나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네트워크 마케팅 등 영업사원교육을 중심으로 긍정마인드, 긍정적 사고가 붐업되었고, 나와 같이 산업교육쪽에 일을 하시는 수많은 강사님들도 긍정에 대한 강의에 열변을 토하신다. 


그런데 정말 절대 긍정을 하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까? 아니. 긍정적 사고가 정말 성과에 도움이 될까?

여기에 가장 의심하고 고민했던 사람중 한명이 바로 뉴욕대학교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겐 교수였다.

외팅겐 교수는 몇가지 실험을 통해 낙관적, 긍정적 사고가 실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했다.   


"무한긍정의 덫" 저자 가브리엘 외팅겐 교수


첫번째는 체중조절 프로그램에 등록한 25명의 비만여성 연구에서 프로그램 시작전 참가자들에게 감량목표와 성공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질문했다. 이후 일부에게는 미래 다이어트의 성공했을때의 상상(긍정적 사고)을 하게 하고 일부에게는 다이어트에 실패 했을 때를 공상하게 (부정적 사고) 하였다.  이후 결과적으로 긍정적 상상을 했던 참가자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상상했던 사람들보다 11킬로그램 덜 감량했다.


두번째는 독일대학의 남자 대학원생 83명을 대상으로 실험

취업할 가능성과 취업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다. 이후 취업에 대한 긍정적 공상을 기록하고, 그런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빈도를 평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2년간 이러한 실험은 수시로 진행되었다.

2년뒤 그동안의 실험 결과 긍정적 공상의 빈도가 높을 수록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떨어졌고, 그들은 입사 지원서도 덜 제출했고, 취업 제안도 그만큼 덜 받았다.   

대부분의 실험에서 긍정적 사고는 성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긍정적 사고는 실제 성과를 도출 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외팅겐 교수는 여성의 하이힐 실험을 진행하였다. 164명의 여성을 놓고 실험을 했다.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누어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모두에게 3분동안 컴퓨터 모니터에 여대생 들에게 하이힐을 신고 한껏 차려입은 모습을 상상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뒤 즉흥적인 생각에 관해 적어보라고 했다.  이렇게 3분이 지나자

A집단에게는 하이힐에 대해 더 많은 긍정적 생각을 하라고 요청했고, 

B집단에게는 여대생이 과연 하이힐을 신는게 좋은가? 과연 그럴까? 라면서 부정적 생각을 해보자고 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집단의 사람들을 수축기로 혈압을 측정했다. 

실험결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상상을 하게 된 이후 오직 긍정적 상상을 A집단 여성들은 혈압이 떨어졌다.  대조적으로 3분이후 부정적 상상을 한 B집단 여성들은 혈압이 정상적 이었다. 긍정적 상상이 심리실험에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긍정적 사고가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사람이 무기력해 진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주는데 긍정적 사고를 하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면 우리의 정신은 속임을 당하고 목표한 것을 실제로 이미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실천의지를 떨어뜨린다.


둘째! 정보를 조사하는 방식을 왜곡시킨다.  긍정적 사고는 즐겁고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 주어 우리는 이미 소원을 성취했다고 거짓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정보 보다는 가능한 한 그런 상태로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고 사고를 연장시킬 정보에 더 주목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고, 원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면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야 하며 편안해 지는 것을 가장 먼저 피해야 한다.  즉  긍정적 사고는 부적절하다.   


그럼 글을 읽는 분들은 내게 물어볼 것이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누가봐도 대단한 미모의 여학생이 있다. 이를 눈여겨본 3명의 남자 신입생들이 있었다.


 신입생 A : " 저 여학생을 한달 만에 내 여친으로 만들고 말겠어! 캠퍼스 커플로 다니면서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함께 공부하면 성적도 좋고, 힘들때 서로 위로도 되고..  정말 행복할거야! 안될거라는 생각은 하지마! 용기있는 자가 무조건 미인을 얻게 되있어, 이제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지! 우린 이 학교 최고의 커플이 될거야!


신입생 B : " 아.. 예쁘다 정말..  캠퍼스 커플로 다니면 정말 좋을텐데...  하지만.. 난 .. 말주변도 없고, 용기도 부족하고, 얼굴도 못생겻고, 거기에 키도 작으니..  나 같은게 가당키나 하겠어?  어림 없을 거야.. 근데 정말 예쁘다.. 나랑 사귀면 정말 좋을텐데.."


신입생 C : " 정말 예쁘다. 내 여친이었으면 좋겠다.  나랑 여친이 된다면 매일 밥고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같이 공부도 하고, 성적도 좋고, 힘들때 서로 위로도 되고,  정말 행복 하겠지?  중학교때 난 예쁜 교회 여동생과 사귀었던 경험도 있잖아!  근데 내가 남친이 되기에는 나는 유머가 부족하고, 호감가는 외모도 아니고, 데이트 비용을 위한 돈도 있어야 하는데 난 용돈도 부족하고 어려움이 많네.."


세명의 남학생중 누가 미모의 여학생과 사귀게 될 확률이 높을까?


 외팅겐 교수는 심리적 대조 (Mental contrasting)라고 불리우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사람들을 행동에 나서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먼저 그들에게 꿈에 관해 묻고 그것에 대한 긍정적 상상을 하게 한 이후,  이어서 그 꿈을 방해하는 현실에 맞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팅겐 교수는 143명의 1학년 여대생을 모집했다. 그리고 남성 모델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여성들 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남성모델 한명의 사진을 실험참가자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그 남자에 대해 베를린 대학 박사 과정의 27세 마이클로, 그는 집단의 심리학에 대한 논문을 쓸 예정으로 지금 여대생들의 학교에서 새로운 실험 참가자를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소개한 이유는 현재의 실험 참가자들이 어쩌면 마이클을 만날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1차 설문에서는 이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면 이 사람과 알게 될것 같은가? 즉 더 가까이 접촉할 가능성이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는가를 질문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평가했다.


2차 설문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사진속의 인물을 실제로 만났다고 상상하도록 요청하고, 그를 알게 되는 상상을 할때 어떤 긍정적인 면이 떠오르는 지를 물었다. 마이클을 알게되면 얼마나 좋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울까 를 떠올려 적어보고 관련 이미지나 문장을 6가지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인물을 알게되는 데에 장애와 장애물을 생각해보라고 요청했다. 즉 마이클을 알게되는 것을 방해할 만한 키워드 (예: 수줍은 성격, 말주면 없음 등..)를 떠올려 적어보고 관련된 이미지나 문장을 6가지 작성하게 했다.


이후 세 집단으로 나누어 준비된 내용을 각각 지시했다.

첫번째 집단에게는 2차 설문에서 진행한 긍정적 상상과 관련한 내용 중 두개의 키워드를 쓰고 상상하라고 지시했고 이어서 예상되는 장애물과 관련된 키워드 두개를 쓰고 이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하고 상세히 진술하라고 했다.

두번째 집단에게는 긍정적 상상 키워드 네개를 쓰고 자유로운 생각과 이미지를 만들라고 했다.

세번째 집단에게는 부정적 상상 키워드만 작성하고 생각하게 했다.   


이러한 진술을 받는 실험을 끝내고 일주일 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케 했다. 


첫번째 설문은 현실에서 마이클을 얼마나 알고 싶은가? 현실에서 마이클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 를 7점 척도로 작성하게 했다. 

두번째는 실망감에 대해서 물었다.  마이클을 만나는 것이 단지 환상이라면 유감이겠는가? 생각만으로 이 사람을 알게 된다면 실망하겠는가? 이 사람을 현실적으로 못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겠는가? 를 7점 척도로 작성케 했다.   



결과는 긍정적 환상과 부정적 장애인식을 한 집단의 평균수준은 높은 기대치와 낮은 기대치 모두에 대한 척도의 중간에 나타났다.  단 심리적 대조 참여자들은 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매력적인 사람을 알아가는데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성공에 대한 기대가 낮을때 다른 그룹보다 덜 열심히 했다. 

참가자 들은 긍정적 생각만 혹은 부정적 생각만 하는 것은 행동의 필요성을 만들지 못하고, 성공에 대한 기대가 활성화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우리가 긍정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반드시 심리적 대조를 통해 긍정적 사고와 장애요인을 점검한 이후 그것의 가능성이 높으면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고, 가능성이 낮으면 아예 포기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해서 나중에 그러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었다.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누가 가장 여학생과 사귀게 될 가능성이 높을까? 바로 신입생 C 이다. 

신입생 A는 긍정적 사고를  신입생 B는 부정적 사고를, 신입생 C는 심리적 대조에 기대감이 있었다. 이는 중학교때 예쁜 여동생을 사귄 경험이 있다는 근거에서 나타난다. 결국 심리적 대조를 하는 사람중 기대감이 높은 사람은 그 일을 열심히 하고, 기대감이 낮은 사람은 오히려 덜 열심히 함으로 실망을 줄인다는 결론에 부합하다고 하겠다. 


당신의 실행력을 높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긍정적 사고를 통해 그 일의 성과 달성의 좋은 점을 떠올려라, 

그리고 그렇게 그 일이 마무리 되는데 장애요인을 떠올려보자!

만약 그 일이 실행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면 당신은 열정적으로 몰입할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실행가능성이 낮은 일이라면 당신은 포기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뭐? 바로 심리적 대조를 하는 것이다!




 양준일은 이후 JTBC 특집 다큐 인터뷰에서 자신이 슈가맨에서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은 그 의도는 아니었다고 털어 놓았다.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너 스스로 목표를 내려 놓으면 오히려 잘 될 수 있다는 취지 였는데 그것이 좀 곡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 이었다. 하지만 이후 인터뷰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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