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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05. 2020

김재규는 왜 남산이 아닌 용산을 택했을까?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막을 내렸다. 처음 개봉당시 예매추이만 해도 2020년 첫 천만영화가 될 것이라는 관객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치명적 복병을 만나고 관객수 400만을 넘으면서 주춤하더니 결국 사람 많은 곳으로 모일수가 없는 상항으로 인해 관객 470만으로 정리되었다.


 "남산의 부장들"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중의 하나인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시해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그 사건 전후로 우리 현대사는 그야말로 폭풍적인 비극과 격동의 연속이었다. 

부마항쟁, 10/26 사건, 12/12 군사구테타, 5/17 비상계엄,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이루어지는 그 굴곡의 역사는 우리에겐 너무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이 역사적 상황은 그동안 상당히 많은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었다. 

 이미 유사한 영화로 한석규 주연의 "그때 그 사람들" 이 있었고, 간접적으로 송강호, 문소리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도 이를 다룬다.  드라마로는 5공화국의 1회 장면으로 사용되었고, 각종 다큐멘터리와 소설, 웹툰 등의 소재로 너무 많이 다루었던  사건을 또 영화로 다룬다는 것이 과연 재미가 있을까? 라는 걱정으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명불허전.. 역시 최고의 연기자들의 연기력 대결이 한몫했다.  이병헌,이성민,이희준,곽도원 모두 최고의 연기파들이 누가 더 잘하나 한번 해보자는 불꽃연기 대결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감독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미 청문회 폭로사건 부터 10/26 사건까지를 역사적 팩트에 기반하여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박대통령을 죽이고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차를 타고 중앙정보부가 있는 남산으로 가려던 김재규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권유로 남산으로 가지 않고 육군본부가 있는 용산으로 방향을 턴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거기서 김재규는 체포된다)


사실 이 선택을 우리 현대사에서는  또 하나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훗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만약 김재규가 용산(육본)으로 가지 않고 중정(남산)으로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가정은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 에게 회자 되었고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 김진명 작가의 "한반도" 이다. 

소설 "한반도"는 김재규의 당시 행위(박대통령 시해)는 미국과 이미 합의된 사안 이었으나,  미국이 배신을 해서 결국 체포가 되어 실패한 미완의 구테타라는 작가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그 증거가 김재규가 남산으로 가지 않고 용산으로 갔다는 것을 제시한다. 김재규는 이미 중앙정보부에 이 나라를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중정요원들은 우리나라를 움직일 핵심 요인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었고 김재규의 명령 하나면 24시간내에 모두를 체포하여 나라를 장악 할 수 있는 상황 이었다. 그런데 김재규는 왜 남산으로 가지 않고 용산으로 갔을까? 이는 미국과 이미 합의된 상황이었기에 그랬다고 한다.   



나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그 이유를 나름대로 깨달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의 관점으로 그 해석을 좀 해보려고 한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라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는 Willpower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인간에게는 의지력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구나에게 100정도의 의지력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 의지력은 사용과 함께 소모되기 시작한다.  의지력 사용의 대표적인 것은 집중적인 활동이다. 화가난 일을 참을때, 먹고싶은 것을 참을때, 무언가 고민해서 판단할때,  생각하면서 의사결정할때 이 의지력이 소모된다. 회의 참석하여 의견을 이야기 하다가, 시험 문제를 풀다가, 전화를 통해 타인을 설득하면서 의지력이 쓰인다. 


이렇게 아침에 주어진 의지력이 모두 소모되면 그때부터 인간은 정상적인 판단, 의사결정, 인내 등 의지력이 필요한 일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 (화를 참는 의지력이 없어서..), 판단과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한다. (고민하고 분석할 의지력이 없어서..)

이러한 의지력의 근원은 포도당이다. 음식을 통해, 휴식을 통해 소모된 의지력이 채워진다.

재미있게도 이 의지력은 주어지는 총 용량으로는 사람마다 편차가 없다.  누구나 의지력이 비슷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의지력을 빨리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저녁때 까지 의지력을 아낀다. 

의지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중요하지 않고 쓸데 없는 일이라고 판단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습관이나 , 본능에 의해 해결되도록 놔둔다. 그리고 정말 의지력을 써야할 부분에 집중해서 사용한다. 의지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엉뚱한 곳에 의지력을 사용한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의지력을 사용못한다.   

김재규로 다시 이야기를 돌이켜 보자.

그날 김재규에게는 엄청난 일이 있었다.  거사를 부하들과 모의해야 했고, 엄청난 긴장감 속에서 경호실장 차지철과 대통령 박정희를 암살했다.  첫번째 총에서 총알이 떨어져 중간에 총을 바꾸고 다시 쏘았다. 그 사이에 차지철과 몸싸움도 있었다. 그리고 참모총장 정승화를 태우고 남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뒷좌석에 있는 사탕을 까서 먹으면서 여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제정신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정승화가 말한다. 

" 그러지 말고, 육본으로 갑시다. 가서 계엄령도 선포하고, 북한의 움직임도 알아보고..어이. 운전사! 차돌려 "

이때 조수석에 있던 김재규 부하가 묻는다. 

" 어떻게 할까요? 육본으로 갈까요? 중정으로 갈까요?"

김재규는 이때부터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결정할까?  


결론적으로 김재규가 남산(중정)이 아닌 용산(육본)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의지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탈진한 상황에서 사탕 몇알을 먹었지만 그것으로 고갈된 포도당을 채울수는 없었다. 김재규는 전혀 결정을 할 의지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고 바보같은 의사결정을 했고 이는 한국 현대사에 또하나의 비극, 즉  또 다른 군부 독재 세력(전두환등)을 잉태시킨 최악의 결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신이 의사결정 해야 되는 상황이 있다면 현재 의지력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내가 의지력이 고갈된 상태인가? 아직 고갈되지 않았는가? 고갈되었다면 그 어떤 판단과 의사결정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사결정은 최악의 결정일 확률이 높다. 

배가고프다면, 목이 마르다면, 피곤하고 졸립다면 그 어떤 결정도 하지마라!

그리고 먹고, 쉬고, 잠을 자라..   이후 당신의 회복된 의지력으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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