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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un 17. 2022

이정은과 엄정화 중 누가 회사 일을 잘할까?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다가 은희의 자기 조절력과 미란의 자존감을 생각하다

 은희(이정은 역)는 돈 많은 생선가게 사장님이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했고, 그 가난을 이기기 위해서 억척스레 돈을 벌었다. 성공한 그녀에게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미란(엄정화 역)이다.     

 미란은 가난하던 시절 은희의 단짝 친구였다. 부잣집 딸 미란은 은희의 도시락을 대신 싸오고, 차비 없어 걸어가는 은희를 자가용에 태운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은희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가짜로 약 먹은 척하는 은희 옆에서 호들갑을 떨면서 연기를 했던 의리파다.      


 미란(엄정화 역)은 예쁜 미모와 유복한 가정으로 친구들 사이 최고의 인기녀였지만 어른이 되어 평탄치 않은 삶을 산다. 세 번이나 이혼을 했고 마사지샵을 운영하다 유학하고 있는 딸과 졸업여행을 하기 위해 샵도 접었지만 딸은 엄마 대신 새엄마와 여행을 가겠다면서 미란의 합류를 거절한다. 그래서 홧김에 제주도로 놀러 온다.     

 미란이 제주도에 오자 은희는 공항 마중부터 미란의 모든 이동, 식사, 잠자리 등등을 준비하며 신경을 쓴다. 하지만 미란은 이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맘대로 일정을 바꾸면서 친구들과 술 먹고 자고 간다면서 오후 내내 음식을 준비한 은희를 헛수고하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은 공주마마 모시는 몸종이라고 은희를 놀리고 그 소리를 듣는 은희는 마음이 참 아프다.     

 은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너무 도와준 미란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이혼을 할 때마다, 새롭게 일을 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뒤치닥 거리를 해주었지만 미란이 너무 자기 맘대로 행동하고 여전히 자기를 몸종 부리듯 하는 것이 괴롭다.


과연 미란이 자기를 친구라고 생각은 하는 걸까 라면서 그 괴로움을 일기장에 쏟는다.

 ‘ 고미란! 이중 인격자, 나쁜 년, 그래.. 은희야... 겉으로는 의리 지키고, 속상한 티 내지 말자! ’

 이후 일기장을 미란이 보게 되면서 둘의 우정은 격랑으로 들어가는데.....     

속 깊게 우정을 나눈 친구가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오해 아닌 오해가 쌓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작가는 너무 잘 그려내서 보는 나는 은희인가? 미란인가? 내 친구 중 누가 미란이고 누가 은희인가를 떠올리면서 격하게 공감하며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둘이 직장생활을 한다면 누가 더 잘할까?     


두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미란은 높은 자존감을, 은희는 높은 자기 조절력을 가지고 있다.     


아내에게 매 맞는 친구 명보(김광규 역)가 불쌍해서 안아주는 미란의 모습을 명보 아내 인정(조아라 역)이가 보고 흥분하면서 미란과 인정이 머리 끄덩이를 잡아당기며 대판 싸운다. 순간 은희는 미란을 말렸고, 미란은 화가 나서 은희의 뺨을 친다.

집에 와서 아내가 보는데 남편을 안아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은희에게 미란은

 “뭐 어때..  친구가 아내에게 매 맞고 사는데 불쌍해서 안아주는 게 뭐 어때서” 라며 자신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여기서 미란의 자존감과 은희의 자기 조절력이 드러난다.

은희는 황당한 상황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때린 미란에게 화를 내지도 않으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미란은 높은 자존감으로 자신이 생각한 원칙대로 행동하고, 주변의 상황을 따지지 않는다. 절친 은희의 뺨까지 때린 것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함이다.      

 과거 자기 능력에 대한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 높은 성과를 올린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고, 당당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미국의 학생들은 수학에서 어느 나라보다 자신감이 월등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자신감이 낮은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실제 성적은 뒤떨어졌다. (바우마이스터, 의지력의 재발견 P19)

 또한 자존감이 성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높은 성과를 올리면 자존감이 올라가는 반대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반면 유치원에서 15분간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먹은 아이들보다 20년 후 훨씬 성공한다는 마시멜로 실험을 중심으로 자기 조절력이 높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연구들은 굉장히 많다.


 자기 조절 능력은 학생의 IQ나 대학수능성적 보다 대학에서의 성적을 예상하는 더 적합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직장에서도 자기 조절력이 뛰어난 관리자는 부하직원 동료에게 인기가 많으며 공감능력도 좋고, 타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기 때문에 업무처리도 잘한다.      

    


 둘째! 은희는 매일매일 루틴한 훈련으로 자기 조절력을 키운다.      

 

 자기 조절력이 정말 중요한 순간은 누구나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는 평상 상황이 아니라 모두 자기 조절을 하기 힘든 비상 상황이다.  

 배고프고, 졸리고, 화나고, 흥분되었을 때 인간은 누구나 통제 못하는 행동을 한다.

 진정한 리더들은 바로 이때 진정성 있는 자기 조절력을 발휘한다.      


은희는 비상 상황에서 자기 조절력이 뛰어나다.

자신을 마치 사귈 것처럼 여행을 제의한 한수(차승원 역)가 알고 보니 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미란이 인정과 싸우는 것을 말리다가 뺨을 맞았을 때도, 누구라도 흥분할 상황에서 은희는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자기 조절력을 발휘해서 상황을 정리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은희가 평소 루틴한 훈련으로 자기 조절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는 매일 새벽 생선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것과,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탐험가 스탠리가 죽음의 공포에서도 자기 절제를 잃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절제된 행동을 자동적으로 매일 함으로써 실질적 자기 조절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했던 루틴은 아침마다 찬물로 면도를 하고, 일정 시간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이러한 꾸준함은 근육처럼 자기 조절력을 키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비상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은희는 평생을 새벽 생선시장 경매에 참여하면서 성실하고 꾸준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저녁에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스스로 대화시간을 갖는다.

이는 비상상황이 와도 자기 조절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자동적 훈련 방식이다.      


미란이 떠나자 피곤했는데 잘 되었다면서 좋아하는 친구 인권(박지환 역)에게 은희는 말한다.

은희 :  내가 없어져도 그렇게 좋아할 것이냐?

인권 :  “얀마 넌 다르 지게..  너가 하루만 없어져 보라, 나,   

              호식이, 명보, 성배, 옥동, 춘희삼춘 ,영옥이, 달이,

               별이, 동석이 까지 전부 난리 나주게..

        미란인 기냥 왔다 가는 시원한 바람, 넌 우리들의 기둥..

           미란인 그냥 스쳐가는 정거장, 넌 우리들의 종착역...”     


당신도 은희같이 회사에서 기둥, 종착역이 되고 싶은가?

그럼 두 가지를 생각하라.. 자기 조절력과 이를 길러내는 꾸준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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