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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ul 13. 2022

수지는 비서에게 정말 공감했을까?

안나를 통해 바라본 리더의 공감

이유미(안나-수지 역)는 거짓으로 인생을 사는 교수이자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이다. 처음엔 단지 부모에게 좋은 대학을 다닌다고 속이기 위해 시작했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이는 자신이 미워했지만 부러웠던 부잣집 딸 안나(정은채 역)의 학력을 훔쳐 그녀의 이름으로 가짜 인생을 살게 한다. 일자리 정도 얻는 것으로 끝내려 했던 거짓말이 어느덧 대학교수로, 유명 IT기업 사장과의 결혼으로, 그 남편이 다시 정치인으로 나서면서 더욱 부풀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조유미는 그런 서울시장의 비서이다. 온갖 눈치를 보면서 윗사람의 비서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처음 시장 후보의 수행비서를 했다가 남편인 시장 후보는 그녀에게 아내인 안나 교수의 수행 비서일을 지시한다.


매일매일 엄청난 업무를 소화하고 출퇴근도 제대로 못하는 조유미는 시장 후보의 지시로 안나 교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조금씩 안나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모습에 마음을 연다.

안나 교수 또한 조유미 비서가 짠하다. 자신의 과거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이름도 같은 조유미에게 많은 연민을 느낀다.     


조유미 : 모시는 분들 기분이 제일 어려워요

안나 : 어떤 기분?

조유미 : 그런 건 제가 노력해서 알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안나 : 나도 알아요, 그거 눈치 보고, 예측하고, 걱정하는 그런 거

조유미 ; 교수님이 어떻게 아세요?

안나 : 나도 해봤으니까-     

이 대화로 인하여 조유미는 안나를 더 신뢰하고 그녀를 최선을 다해 모시게 된다.

둘만의 비밀도 가지고 비밀리에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안나 교수는 정말로 비서 조유미의 마음을 잘 알고 공감해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일까?    

 

공감적 경청, 상대에 대한 배려,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스킬 중의 하나이다. 특히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이러한 공감에 감동하고 리더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낸다.

그러다 보니 공감이라는 미명 하에 리더들은 쉽게 말한다.

“니 마음 나도 알아.. 나도 해봤거든..”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로란 노드그랜드는 상대의 통증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공감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고통을 경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10분 전에 고통을 경험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당신은 체포된 범죄자를 거의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의 감금방에서 5시간 정도 가둔 상태에서 심문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A 집단은 한쪽 팔을 얼음물에 담그게 하고 다른 팔로 답변을 작성하도록 하였고

 B 집단은 한쪽 팔에 미지근한 물을 담그게 하고 다른 팔로 답변 작성을,

 C 집단은 10분 전까지 얼음물에 한쪽 팔을 담그게 한 이후 10분 동안 편안한 상태로 있다가 답을 하게 하였다.      

 한쪽 팔을 얼음물에 담근 상태의 집단(A)의 답변이 미지근한 물에 담근 집단(B)에 비하여 추위의 방에서 5시간 동안 가두고 심문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우므로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다.  


 재미있는 것은 C집단의 경우였다.

 10분 전까지 얼음물을 경험했기에 당연히 A와 비슷한 답변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C집단은 B와 유사한 수준의 답변을 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과거에 경험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나 현재 그 고통이나 괴로움을 격고있지 않다면  이를 공감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과거 자신이 경험한 적이 있던 상황을 후배나 구성원들이 다시 경험하게 되면 자주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 그거.. 별거 아니야.. ”

문제는 이러한 공감이 절대 상대방의 현재 마음을 알아서 하는 공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상대의 고통이나 괴로움, 어려움을 상대의 시각에서 그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의 시각에서 나의 관점으로 그 괴로움을 공감한다고 말할 뿐이다.      

안나가 비서 조유미의 마음을 얻었던 것은 그녀가 조유미와 유사한 것을 과거에 경험했고, 그래서 현재 조유미 비서의 마음을 잘 알아서, 그래서 공감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점 안나는 이미 진짜 안나(정은채)가 나타나서 30억의 돈을 요구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뇌물을 받고 있었으며 각종 의혹에서 위축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녀가 조유미에게 나도 경험해봐서 그 마음을 잘 안다고 했던 것은 과거의 고통을 경험해봐서 지금 비서의 고통을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괴롭고 힘들어서, 그래서 힘든 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어서 조유미 비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이후 안나는 “자신이 그것을 진정 가지고 싶어 했는지는 가져보면 안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조차 이렇게 알기 어렵고 힘든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반문의 표시 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조심스럽게 공감을 표시해야 한다.

쉽게 나도 해봐서 안다는 표현은 공감 못하는 정치인들의 국민에게 뜻을 묻겠다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봐서 안다 보다는 해봤지만 지금 또 하라고 하면 정말 힘들거야~ 라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진정한 리더십의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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