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의 하나가 2년 전 tvN에서 방영했던 이선균, 이지은(아이유) 주연의 "나의 아저씨"이다.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보고 나면 먹먹했고 여러 번 다시 보기를 통해 반복했던 "나의 아저씨"
드라마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들의 메인 스토리이다. 삼한E&C라는 안전 진단 회사의 부장 이선균과 그 회사 계약직 서무 보조 이지은, 그리고 이선균의 부인 변호사 이지아와 그녀와 바람을 피우는 삼한 E&C 대표 김영민을 중심으로 그렇고 그럴 것 같았던 뻔한 남녀 이야기라는 예상을 깨고 이선균과 이지은의 너무도 인간적인 성장 스토리, 이선균과 이지아의 가슴 아픈 부부 이야기, 회사의 정치적 관계로 얼룩진 임원들의 파벌 싸움 이야기 등 다양한 사건들로 메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서브 스토리가 있다. 바로 이선균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인 후계동에 이선균의 여자 동창생 오나라가 운영하는 "정희네"라는 술집이 있다. 이 술집에서는 매일 저녁 후계동의 인간들이 모여서 실패한 B급 인생들의 스토리를 나눈다.
이거 저거 다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청소일을 시작한 이선균의 형 박호산, 실패한 영화감독 이선균의 동생 송새벽, 송새벽에게 매달리는 노는 영화배우 권나라, 첫사랑이 스님이 되어버려 허구 헌날 외로움을 감추고 웃는 오나라의 이야기들이 서브 축으로 전개가 된다.
처음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드라마 중반 이후가 될수록 나는 조연들의 서브 스토리에 더 매료되었다. 그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모두 허름한 술집 "정희네"로 모인다. 거기서 오늘 하루 이야기, 과거에 보았던 영화 이야기 , 이선균의 승진 파티, 옛일에 대한 기억의 다툼, 조기 축구 작전 이야기 등등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하루를 마감한다.
"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여기 오니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것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권나라의 대사는 "정희네"를 가장 잘 드러내 준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다는 구글에서도 어떤 팀은 계속 사기가 오르고 성과가 좋은데 어떤 팀은 성과가 떨어지는가 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생산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완벽한 팀을 만들기 위해 이른바 아리스토 텔레스 프로젝트(Aristoteles Project)를 수행했다.
처음 고성과 팀의 원인을 찾기 위해 팀 구성원들의 학력, 성별, 사는 곳, 친구 여부, 평소 저녁식사 인원수, 취미, 성격 등 많은 데이터를 검증했지만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특별한 패턴을 찾지 못했다. 어떤 팀은 친구처럼 친밀도가 매우 높아서 성과가 좋았지만, 어떤 팀은 서로 데면데면 한데 성과가 높았다. 어떤 팀은 수평적 토의 구조였지만, 어떤 팀은 수직적 명령 구조로 일을 하는데 둘 다 성과가 높았다.
이후에 관심을 집중한 것이 집단 규범(Group norm)이었다. 팀 구성원이 모였을 때 어떤 팀은 생일을 챙겨주면서 축하하고, 어떤 팀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말을 했고, 어떤 팀은 리더가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했으며, 어떤 팀은 주말 계획에 대해 잡담으로 미팅을 시작하고, 어떤 팀은 잡담 없이 바로 업무를 이야기하였다.
즉 규정화 되어 있지 않지만 팀마다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된 문화적 방식을 집중해서 연구했고, 결국 성과가 좋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구별되는 것은 팀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이고 좋은 팀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두 가지 행동이 있었다.
하나는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양의 비율로 말을 한다는 것!
또 하나는 모두 평균 이상의 사회적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회의를 하거나 사람들이 모였을 때 끝날 무렵이 되면
모두가 대략 같은 대화의 양을 말하고 있었다.
이는 몇몇 사람이 주로 이야기하는 팀은 집단 지성이 쇠퇴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Social sensitivity test
위 사진의 눈빛을 보고 저 사람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맞춰보자
1번 심각한
2번 고집스러운
3번 놀란
4번 무관심한
이것은 사회적 민감성 테스트라는 것인데 이러한 사람의 눈빛 사진이 수십 개가 나오고 그것이 어떤 정서 상태 인가를 맞추는 테스트이다. 구글의 모든 직원들은 이 테스트를 받았는데 성과가 높은 팀은 대부분 이 점수가 전체 평균 점수보다 웃도는 결과를 받았다.
즉 그들의 목소리 톤, 표현, 비언어적 단서에 근거하여 서로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위 사진의 정답은 1번 심각한 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이 두 가지 행동은 성과를 높이는 팀의 공통된 문화 규범이며 이것을 심리적 안정감 (Psychological Safety)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안정감 있는 나만의 장소이다.
그 누구 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나만 아는 카페, 남들이 잘 모르는 나만 아는 공원 벤치, 힘들고 지칠 때마다 찾는 운동장, 내가 좋아해서 정기적으로 찾는 산 중턱의 바위.
그 공간에서 쉬고,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두 번째 안정감을 주는 자신만의 일이 있다.
이것은 취미와 좀 비슷한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취미, 행동을 통해 하루를 , 한 주를 마무리한다.
조기 축구를 해야,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러야, 봉사 활동을 해야, 뜨개질을 통해 자신의 안정감을 찾는다.
그 힘들게 퇴근하고 파김치 상태에서 십자수를 놓는 아내는 거기서 안정감을 얻었을 것이다.
세 번째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편안한 사람,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 , 누군 가를 같이 욕할 수 있는 사람. 왠지 그를 보면 마음이 안정적으로 변한다. 친구라고 하기도 하고 동료라고 하기도 하고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의무나 불편함이 없는 그래서 편안한 그에게서 안정감을 얻는다.
후계동 사람들에게 "정희네"는 바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그곳이었다.
"정희네"는 인생에서 망가졌다고 하는, 실패한 패배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하루를 열심히 산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상처 받고 또 망가졌지만 저녁에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모인다.
그곳은 이야기라는 행위를 하고, 따뜻한 사람이 있고, 그래서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