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신하균 역) 경사는 20년 전 미제사건으로 끝나 시체도 찾지 못한 문주시 만양읍의 연쇄 살인사건 때문에 쌍둥이 여동생이 죽고, 이에 충격받은 부모까지 저세상으로 보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본인까지 살해 용의자로 몰려 큰 어려움을 겪고 이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를 동생을 죽인 사람으로 오해하는 동네 주민들을 가끔 만나게 한다.
동생의 사건 진실을 알기 위해 경찰이 되었고, 서울 강력계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파트너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경위에서 경사로 일계급 강등이 되어 고향으로 다시 내려와 옛 동료들과 파출소에 근무한다.
한주원(여진구역) 경위는 경찰대 수석합격과 졸업, 본청 경찰청 차장을 아버지로 둔 최고의 엘리트 경찰이다. 만양읍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꾸준히 추적을 해오고 있었던 중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양파출소로 지원해서 이동식 경사의 파트너가 된다.
깔끔하고, 원칙주의자이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한주원 경위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가 좋지 않다. 나이는 어리지만 계급은 높고, 그러다 보니 파트너 이동식 경사와 자주 삐걱대고, 동료들의 친절마저 차갑게 거절하니 동료들도 그를 가까이하기 꺼려서 파출소 내 외톨이 신세이다.
이런 한주원 경위가 아버지와 대립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고, 이를 취재하려는 방송국 기자가 만양파출소로 찾아와 한주원에게 접근하면서 괴롭히려고 할 때 만양파출소 동료들이 합심하여 곤란에 처한 한경위를 도와준다. 그런데 도움을 받은 한주원은 되려 성을 낸다.
한주원 : 나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기자 찾아온 거 처음 아니죠?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을 것이고, 만양파출소 전부 나 때문에 무능한 경찰로 싸잡아 욕먹었을 건데 왜 나를 도와줍니까? 나한테 무슨 애정이 있다고? 얼마나 안다고?
파출소장 : 우리 한경위 아직 어린애네..
동료들 : 도와줘도 성을 내는데요.. 그래도 한결같아 일관성은 있네요..
이동식 경사 : 그냥.. 만양 사람들이 그런겁니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못 잡아먹어 안달이어도, 외부에서 적이 들어오면 똘똘 뭉쳐서 적부터 까내지..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은 이 안에서 해결해야지.. 남이 들어와서 우리 중 누구를 까는 꼴을 못 봐요.. 일단 감싸고 보는 거야.. 그게 만양읍 사람들이에요..
드라마 특성상 보통 이렇게 되면 한주원 경위는 감동해야 한다. 눈물을 약간 머금고, 과거에 자신이 잘못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후회를 한 다음, 다음날부터 기존과 전혀 다른 따뜻한 모습을 보여줘야 일반적인 드라마 공식에 부합한다.
하지만 괴물에서 한주원은 여전히 성을 내고 동료들에게 차갑고 자기 할 일만 한다.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 내집단 편향 (In-group Bias)
사회심리학의 대표적 이론인 내집단 편향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고, 긍정적 생각과 태도를 가지게 하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 편견 및 차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기준이 되는 집단은 무의미한 기준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림을 선호하는 기준이나, 인지 유형을 조작해서 분류한 이후(무수히 많은 원이 있는 박스를 보여준 후 그 안에 원이 몇 개 있는지 대답하게 한 뒤, 그 대답과 상관없이 추정한 사람을 한 명씩 포괄적 인지 유형 또는 세부적 인지 유형이라고 말해줌) 같은 유형으로 분류된 사람에게 서로 이득이 되는 행동을 하는 현상을 밝힌 연구는 꽤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집단 편향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첫째, 사회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소속된 집단에 많이 의존한다. 이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하며 이는 전체 공동체에 영향을 준다.
나와 집단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하기 위해 집단의 이미지를 향상하고, 우리 집단과 대척점인 외부 집단 이미지를 폄하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내집단 편향이 두드러 진다.
둘째, 뇌과학에 따르면 나를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내측 전두엽이 내가 좋아하는 집단, 내가 속해있는 집단을 생각할 때 활성화된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발언이 반대편 정치인의 같은 말 보다 더 감동적이고, 그의 발언을 들으면 동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똑같이 공약을 뒤집고 거기에 변명을 하는 모습을 볼 때도 지지하는 정치인이 반대당 정치인이 할 때 보다 모순감을 덜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동식 경사가 한주원 경위를 돕기 위해 만양 파출소 동료들이 단체로 기자를 몰아세워 쫓아낸 행동은 만양읍 사람들 만의 특징이라며, 그들은 안에서는 싸워도 외부에서 침입하면 같이 물리치고 본다고 설명한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이는 만양읍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어떤 지역, 기관, 사람 누구에게나 해당 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주원 경위가 보여준 행동, 즉 동료들이 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내집단 편향에 동화되지 않고, 여전히 홀로 잘난 척하는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내집단 편향의 예외라고 생각해야 할까?
2. 내집단 편향의 두 가지 모습
내집단 편향은 어떤 조직이나 기관에서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구체적으로는 내집단 향상, 그리고 외집단 폄하라는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며 이는 상황에 따라 좀 더 구별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내집단 편향의 핵심은 자아 향상, 즉 긍정적 자아 평가이다. 이를 위해 자아와 동일시하는 내집단을 향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겸손을 강조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자아 향상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경우는 내집단 향상은 나타나지 않고 주로 외집단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내집단 편향이 나타난다. (Heine & Hamamura, 2007)
이렇게 내집단 편향이 내집단 향상보다는 외집단 폄하라는 방식으로 드러나면 사회 전반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집단주의 문화권이 개인주의 문화권에 비하여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면 (Ma-Kellams et al. 2011) 내적인 신뢰 수준이 결국 내집단 편향을 내집단 향상으로 가느냐, 외집단 폄하 쪽으로 가는 가를 결정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주원과 만양파출소 동료들은 아직 신뢰를 쌓지 못했다. 따라서 서로 간의 내집단 편향은 내집단 향상보다는 외집단 폄하로 나타났다.
서로를 격려하고 향상하는 것보다는 서로가 고민하거나 괴롭힘 당하는 사건이나 사람에게 아주 적대적이고 공격적으로 대하여 외집단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내집단 편향을 보여준 것이다.
외집단 폄하는 일정기간 시선을 외부로 돌려 내부 갈등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권차원에서 지지율이 낮거나, 위기가 벌어져 뭔가 수습이 필요할 때 국민들의 시선을 밖으로 돌린다. 북한이나 일본이 주로 활용되었고, 가끔은 미국이 대상인 적도 있고, 최근에는 중국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내부 갈등을 멈추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내부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악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마냥 외부의 적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내집단 편향의 장점인 내집단 향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내부적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주원은 그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츰 만양 파출소 일원으로 동화되어 간다. 그가 내집단 편향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