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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Oct 14. 2022

공부는 어렵게 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속의 심리학

 수능을 30여 일 앞둔 재수생 딸의 스트레스가 요즘 점점 커져간다.

 공부에 미술 실기에 나름대로 노력해도 잘 안되고, 모의고사 결과는 좌절하게 만드니 수험생 눈치를 보느라 온 가족이 요즘 살얼음 판이다.     

 평소 영어성적이 좋지 않고, 좋지 않다 보니 더 공부를 안 하게 되고..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 두 달 전부터 영어 온라인 과외를 시작했다. 어제 과외를 끝내고 도저히 못 하겠다면서 짜증을 내며 말했다.


 “선생님이 너무 어려운 것만, 자주 틀리는 것만, 모아서 한꺼번에 풀라고 하니 너무 힘들어.. 그리고 무슨 모의고사 연습을 계속 시켜.. 지금은 막판 반복해서 정리할 때 아닌가?  지금 선생님 공부하는 방식은 좀 아닌 것 같아”     


딸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랬다.

자신은 지금 영어성적 1등급이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포기할 어려운 문제는 빨리 포기하고, 꼭 맞아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알았던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공부를 하는 전략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마치 100점 맞아야 하는 것처럼 어려운 문제를 계속 공부하게 해서 짜증이 나고, 모의고사 연습보다는 지금은 그동안 봤던 책을 반복 학습을 통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새로운 것을 풀게 해서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들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그런 방식으로 공부를 할 것이다. 이제 30여 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더 많이 푸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정리하면서 반복학습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나 역시 수험생 시절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야구팀의 타격 기술 향상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타격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6주 동안 추가 연습을 해서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먼저 A팀은 45개의 투구에 대해 타격 연습하는데 1차로 15개의 직구를 치는 연습, 그 이후 15개의 커브를, 마지막으로 체인지업 15개를 치는 연습을 했다.

 B팀은 45개의 투구가 언제 어떤 투구가 나올지 모르는 무작위로 3개의 유형이 섞여서 45개의 투구를 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C팀은 따로 추가 연습을 하지 않았다.     


6주 후 테스트 결과 6주 전에 비하여 B팀은 56.7%, A팀은 24.8%, C팀은 6.2% 가 개선되었음을 나타냈다. (K.G.Hall, D.A.Dominges & Cavazos 1994)     

즉 무작위로 어렵게 연습을 한 B팀이 유형별로 나누어 쉽게 연습한 A팀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15개의 커브볼을 연속해서 쳐보면 그 공을 칠 때 필요한 지각과 반응을 기억하기 쉬워 경기력을 향상하지만 그 효과는 얼마 못 간다는 것이다.


반면에 무작위로 어떤 공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격을 하는 방식, 즉 어렵게 연습한 선수들은 매번 난관에 대처하다 보니 그 향상된 상태가 몸에 체득되고 오래 지속하게 된다는 것으로 두 집단의 차이를 설명했다.     


즉 공부나, 훈련은 어렵고 힘들게 해야 오래가고 성과가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마지막에 시험장에서 까먹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아는 것 중심의 학습을 한다.  기존에 읽었던 책을 다시 반복해서 읽는다. 그러면 문제도 잘 풀리고, 이해도 잘된다. 그래서 장시간 공부를 하게 되고 공부가 끝나면 뿌듯하다. 오늘 공부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모르고 어렵고 힘든 것을 공부하면 진도가 안 나간다. 쉽게 지친다. 얼마 못하고 짜증 난다.

그래서 공부가 더디고, 열심히 한 것 같지 않아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시험장에 가서도 알 확률이 높다. 따라서 마지막에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을 힘들고, 어렵게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시험장에서 기억이 난다.     

딸은 내 설명을 듣고 알겠다고 하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이해가 되었는지, 어쩔 수 없었는지 밤늦게 까지 끙끙거리면서 문제를 풀었다.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수능 결과가 어떻게 나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 만은 해줄 수 있다.

“딸아! 너의 성적이 어떻게 나오던지 여전히 넌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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