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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Nov 02. 2022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이유를 물어보세요

이야기 속의 심리학

요즘 저는 음식을 많이 가려 먹습니다. 

아무거나 막 먹던 버릇을 버리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 위주로 먹습니다.

고칼로리 음식을 제외하고 저칼로리를 찾다 보니 아무래도 샐러드, 야채, 호박, 버섯 등등 신선식품 쪽으로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냉동식품 위주로 음식을 구입하던 제 패턴도 이제는 매일매일 신선식품을 먹는 방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쿠O에서 매일매일 음식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쿠O은 잘 아시겠지만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쿠O고객을 위한 재활용 박스가 따로 있습니다. 

그 박스 안에 물건을 넣어주면 그 물건을 집에 넣고 다시 재활용 박스를 집 앞에 놓아두면 쿠팡 맨이 수거를 해가죠..


그래서 몇 년째 쿠O 와우회원인 저희 집에는 항상 쿠O 재활용 박스가 놓여있습니다.

예전에는 쿠O에서 뭐가 오면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음식, 특히 그중에서 신선 음식을 주로 주문하다 보니 빨리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물건이 온 것을 확인하고 냉장고에 넣어야 안심이 되었죠..

그런데 이번 주에는 새벽에 빨리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쿠팡에서 신선 음식을 주문했는데 제가 그것을 챙기지 못하고 가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은 워낙 일찍 나가다 보니 가장 늦게 일어나고 가장 집에서 늦게 나가는 아들 녀석에게 전날부터 부탁을 했습니다. 


‘건아..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쿠팡에서 물건이 왔으니 꼭 냉장고에 챙겨 넣어줘 “

”응.. 아빠..’

다음날 아침에 일하는 곳에서 아들에게 한번 더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아들.. 아침에 물건 넣었어?” 

“응.. 집어넣었어..”

“수고했어어.. 아들..”

저녁에 집에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쿠팡 재활용 박스가 쌓여 있어서 옆으로 밀어 넣으려고 봤더니 묵직합니다. 

뭔가 이상해서 열어봤더니 신선 음식이 그대로 안에 있는 것입니다. 아들 녀석이 제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집안에 있는 아들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건아! 너 도대체 뭐한 거야! 왜 아빠가 한 말을 안 들어!”

제가 화를 내자 아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앞에 서 있습니다. 

뭔가 우물쭈물 말하려는데 제가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빠가 어젯밤에도 이야기하고, 오늘 아침에 전화도 했잖아! 도대체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이 음식 전부 상했잖아! 신선 음식이니 빨리 냉장고에 넣으라고 했지!”

아들은 우물쭈물 고개를 숙이더니.. 아빠 몰랐어요. 합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쿠O 재활용 박스 위에 계란 상자가 따로 있었는데 그것만 넣는 것인 줄 알았고 그 아래 재활용 박스는 반환하기 위해서 내놓은 것인 줄 알았나 봅니다.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의 겸손한 질문법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이유를 궁금해하라, 이를 위해 겸손하게 질문해라”

우리는 충동에 따른 행동으로 곤란에 빠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과 관련하여 감정이 무엇이고 그 감정을 왜 느끼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분노라는 감정 때문에 반응을 결정했다면 왜 그런 분노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지에 관해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나면 감정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아들에게 화가 난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왜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 판단하고 화가 난 감정을 표출했지, 왜 아들이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아들이 계란만 집어넣으라는 것인 줄 알았다면 거짓말을 했거나, 아빠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생각한 저의 판단 이유를 바로 잡게 되고 분노의 표현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얼마 후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들.. 아빠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응.. 아빠..”  

녀석의 화가 풀렸는지, 여전히 기분이 나쁜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씩 애들에게 화를 내고 금방 후회해서 사과하는 저의 반복적인 패턴을 없애기 위해서 이제는 겸손한 질문을 해야겠습니다.


“아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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