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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봉희 May 03. 2020

내 친구가 되어주는 당신이 있어 1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내 인생은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의 큰 일탈이 없었다. 엄마는 정말 무서웠고, 그런 엄마를 이겨낼 만큼 내 심장은 크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심장이 벌렁거리는 일탈을 한 적이 있다. 스무 살 밤새 과제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았던 나는 학교에서 밤새워 과제를 한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동기, 선배들이랑 밤새 술을 마시며 놀았다. 이십 대 처음으로 시도한 일탈의 결말은 슬픈 결말이었다. 완벽한 거짓말에 서툴렀던 나와 그런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내 엄마. 내 표정과 말투를 분석해내는 엄마가 있다는 걸 거짓말이 들통나고서야 뒤늦게 생각났다. 거짓말이 들통난 그 날 엄마에게 이십 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혼이 났다.


 그 이후로 엄마 몰래 벌어지는 일탈은 더 이상 없었다. 엄마 몰래 하는 일탈은 어리석은 행동임을 세포 이곳저곳에서 느낀 나는 함부로 시도하지 않았다. 클럽도 엄마한테  말하고 밤새 놀았고, 외박도 미리 말하고 했었다. 스릴 없는 일상을 반복하며 살다 이십 대 중반 독립을 하였고, 일탈이랄 게, 스릴이랄 게 더 없는 삶을 살게 됐다.


 스물일곱에  결혼을 하고 작은 일탈을 가끔씩 하고는 있지만, 영 성에 차지 않는다. 매번 일탈의 끝자락에 신랑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평온한 일상 말고 짜릿한 일탈을 원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에너지와 일탈을 갈망하는 내 심장이 아주 빠르고 강하게 뜀박질한다.


 이상하게도 결혼을 한 뒤로 일탈을 함께 즐길 친구가 많이 줄었다. 이런 생각을 몸소 실감하는 날은 나보다 먼저 결혼 한 친구가 '결혼하니깐 미혼인 친구들이 잘 안 놀아 준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럴 때는 내 친구들이 빨리 우르르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야 다 같이 작정하고 일탈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강렬하게 짜릿하고 반항 섞인 일탈을 하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던 중 설날이 찾아왔고, 신랑과 함께 내 사랑 외할머니 집에 내려갔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아주 재미난 일탈이 벌어졌다. 일탈의 대장은 큰삼촌이었고, 내 일탈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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