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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봉희 May 21. 2020

이상한 독서습관

 혼자만의 네모난 방이 생기고 나에게 이상한 독서습관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한 권의 책을 마지막 장까지 쭉 읽지 못하고,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정신없는 독서법. 오늘은 하늘이 맑게 푸른 색감을 비추니 이 책을 읽어볼까. 오늘은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는데 저 책을 읽어볼까. 갑자기 비건에 궁금증이 생기는데 책을 주문해볼까. 그리고는 집으로 도착한 책을 바로 펼쳐본다. 내 순간의 감정에 따라 하루에도 2권이 넘는 책을 펼치고 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덮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안 곳곳 내가 읽다가 덮은 책이 놓여있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독서가 언젠가는 나에게 큰 혼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휩쓸리는 독서 습관을 고쳐보기로 마음먹고, 한 권의 책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다른 책에 눈길이 갔지만 비교적 잘 참아냈었다. 하지만, 비가 쏴 쏟아지는 날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미뤄두고 다른 책을 꺼냈다. 결국, 쏟아지는 비에게 설득당하고 실패를 맛보았다.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책 속 장면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금세 씁쓸함이 달콤함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이다. 달콤함에 헤어 나올 때쯤, 당장 고약한 습관을 고칠 수 없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책장 앞에 비장하게 섰다.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두권 꺼내 내가 계획한 데로 분류하고 옮겼다. 책상 오른쪽에는 정보 제공을 위한 책, 왼쪽에는 수필과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 소파에는 가볍게 훌훌 넘길 수 있는 책, 침대 머리맡에는 소설을 놓아두는 거다. 이렇게 집 안 구석구석 내 마음을 배치해놓으니 정돈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그날의 감정에 따라 발길을 옮겨가며 문장들을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상한 독서습관 때문에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 하지만 내 마음 따라 책을 펼치는 일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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