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짜리 전세 계약
분홍 빛 폭신한 쿠션이 깔린 나의 집에
1년 2개월째 전세로 살고 있는 당신.
내 스물아홉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당신.
먹고 싶은 음식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당신, 어떤 기분인가요.
사과 한 조각도 제대로 씹지 못하는 당신, 어떤 마음인가요.
하리보 젤리도
땅콩 캐러멜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하게 하는 당신.
가끔 내가 먼저 계약을 취소하는 상상을 합니다.
혹시 계약을 파기하면 나가기는 할 건가요.
당신이 나가려면 아직 10개월이 남았더군요.
그날을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립니다.
나의 신랑은 10개월 후가 아니라 더 늦게 나갈 것 같다는 망언을 하지만,
나는 당신이 10개월 후에 집을 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당신이 집을 빼면 화끈하게 매운 뼈 닭발을 시켜 축배를 들 겁니다.
닭발의 작은 뼈를 입속에서 자유롭게 골라내
입 밖으로 뱉어낼 때의 기분을 상상하면
벌써 짜릿하고 설레네요.
꼭, 10개월 후에는 나의 집에서 나가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저의 입 속에 무보증 전세 400만원으로 살고계신 교정기님.
계약이 끝나면 꼭,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Let’s never live together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