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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봉희 Apr 21. 2020

2년짜리 전세 계약

2년짜리 전세 계약


분홍 빛 폭신한 쿠션이 깔린 나의 집에

1년 2개월째 전세로 살고 있는 당신.

내 스물아홉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당신.


먹고 싶은 음식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당신, 어떤 기분인가요.

사과 한 조각도 제대로 씹지 못하는 당신, 어떤 마음인가요.

하리보 젤리도

땅콩 캐러멜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하게 하는 당신.


가끔 내가 먼저 계약을 취소하는 상상을 합니다.

혹시 계약을 파기하면 나가기는 할 건가요.

당신이 나가려면 아직 10개월이 남았더군요.

그날을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립니다.


나의 신랑은 10개월 후가 아니라 더 늦게 나갈 것 같다는 망언을 하지만,

나는 당신이 10개월 후에 집을 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당신이 집을 빼면 화끈하게 매운 뼈 닭발을 시켜 축배를 들 겁니다.

닭발의 작은 뼈를 입속에서 자유롭게 골라내

입 밖으로 뱉어낼 때의 기분을 상상하면

벌써 짜릿하고 설레네요.


꼭, 10개월 후에는 나의 집에서 나가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저의 입 속에 무보증 전세 400만원로 살고계신 교정기님.

계약이 끝나면 꼭,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Let’s never live togeth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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