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많은 날을 동생과 함께 엄마의 정원에서 흙과 벌레를 만지며 놀았다. 처음으로 개미가 음식을 이고 걸어가는 모습을 본 장소도, 지렁이를 처음 밟아 본 장소도 모두 엄마의 정원이었다. 엄마는 항상 부지런하고 다정한 손길로 정원을 보살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꼈었다. 엄마가 거실에 없으면 나는 현관에 까치발로 서서 목을 길게 빼 엄마의 정원을 살폈다. 그리고 내 눈이 멈추는 그곳에 엄마는 햇살을 받으며 배고프다 보채지 않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엄마가 정원에 있는지 확인하면 우리 남매는 급하게 슬리퍼를 신고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모종삽 두 개, 호미 하나였던 엄마의 도구함에서 엄마가 사용 중인 모종삽을 빼고, 남은 하나의 모종삽을 차지하려고 우린 많이 다퉜었다.
짧고 치열한 다툼이 끝나면 패자의 손에는 닳고 닳은 호미가 쥐어져 있었다. 내가 패자가 되는 날은 호미로 땅을 파다 호미의 뾰족한 부분에 지렁이가 찍혀 함께 땅에서 튀어나올까 무서웠다. 이런 잔인함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항상 승자가 되어야 했다. 가끔 엄마가 호미를 들고 정원으로 나가 있는 날은 남아있는 모종삽 중 더 새것 느낌이 나는 걸 쓰려고 우리 남매는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었다.
반복되는 다툼에도 우리는 늘 금세 잊고 웃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네와 정글짐은 없어도 계절마다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놀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