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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효닝 Jun 01. 2020

[3.6] 이젠 정말 현실이된 이야기_코로나, 양성

세번째 컨트랙 여섯번째 이야기

"이런 젠장"

 사실은 더 심한 욕이었다.


 아침 저녁 매번 흘러나온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이젠 질릴때되 되지 않았냐며 불평을 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왠걸. 이런 참나. 정말 어이가 없네? 응? 뭐라고? 아냐 아니겠지. 어 근데 맞는 것 같은데?


  "추가 검사 결과 54명의 크루 중, 3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54명 중, 33명. 절반이 넘는 숫자인데. 사실 이 50명이 넘는 크루들은 지난 한달정도 기간 동안 열이 났던 크루들이다. 우리 배가 손님이 없던 1월 말부터 매일 체온 검사를 해왔다. 매일 아침 일하기 전 체온을 검사를 했는데, 3월부터 계절성 독감이라 치부하며 미열이 나는 모든 크루들을 특정 객실에 격리 처리 했다. 당시 오피스에 근무하면서 아무래도 인원이 가장 많은 레스토랑 부서에서 다수의 크루들이 갑자기 격리를 시작하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 배는 철저하게 검사를 하며 계절성 독감인 것 같다는 '쉽 닥터'와 '캡틴'의 말에 따라.


 사실 2월, 3월 생각보다 일본은 추웠다. 봄이고 벚꽃이 핀다고는 하지만 아침과 밤의 온도가 매우 낮았고, 실내는 열고 닫을 수 없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에어컨과 같은 환기 설비를 틀었다. 나처럼 4계절을 겪는 사람도 봄 추위는 추웠는데, 아열대 기후에 사는 유럽인들이나, 동남아 크루들에겐 더 춥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감기 걸리는 것이겠거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열나는 크루로 격리되어있던 그 50명 중 과반수가 양성이란다. 나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친구들만 10명정도 됐고, 며칠 전만해도 나와 웃고 떠들고, 공지사항 전달하고 전달해주고 했는데. 또 다시 어이없다. 이 사실을 정말 믿어야하나 싶었다.




일본 나가사키 쉽야드, 해지는 밤

  그래도 어떡해. 사실이라는데. 그래 차근차근 믿기 시작했다. 어떻게 열이 나는 사람이 10명이 되고 30명이 되고 50명이 된 지금에서야 심각성을 알고 검사를 한 이 회사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쉽 닥터'가 있다. 손님들에게, 크루들에게 제공되는 메디컬 서비스를 담당하는 의사이다. 이 의사들은 대부분 나이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선사가 이탈리아다보니 자기 나라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아닐까?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도 아니지만 크루들에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돌팔이'?라는 말들이 있다. 힘들고 어렵게 의사가 되서 왜 각자 나라서 근무 하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크루들이 있는 이곳에서 몇달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일하는 것일까에서 시작된 모두의 의심(?)이다.


 "의사가 주는 약은 절대 먹지말고, 주사 같은건 절대로 거부해야해 알겠지?"


 2017년 처음 승선해서 첫 배 생활을 시작 했을 때 동료들이 했던 말 중에 하나이다. 뭐 자기들이 주변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로는 의사가 처방하는 약들은 다른 증상에 똑같은 약들이며, 8개월 동안 쉼 없이 일해야하는 크루들에게 주는 주사는 말에게 주사하는 스테로이드 성분 강한 주사라며. 아프지 않아야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2019년 두 번째 컨트랙을 시작했을 때, 잘못 먹은 것은 없는데 배는 계속 아프고 위로, 아래로 모든것들이 자유로워지면서..  장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근데 너 열이 안나는데 대체 어디가 아프다는거야?"

여기는 부산 포트. 모든 크루가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열이 안난다며 진단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밥도 못먹겠는데 일은 무슨 수로 하겠냐 난 진짜 딱 죽을 것 같은데? 라고 호소했지만 닥터의 처방이 없으면 일을 뺄 수가 없었다. 꾸역꾸역 저녁 듀티에 갔다. 천만 다행으로 그날은 기항지에서 밤 시간까지 대기하는 날이라 저녁에 손님들이 매우 느린 속도로 레스토랑으로 왔다. 이젠 열까지 나면서 서 있을 수도 없고 계속 구역질이 나는 것을 참고 또 참았다. 주변 크루들이 오히려 안되겠다며 매니저에게 말해주고 병원에 다시 갔다.


"닥터, 열이 나네요?"


 얄미운 간호사가 말했다. 그제야 열이 난다고 다음날까지 쉴 수 있었다. 다음날 다시 진단을 받으러 병원으로 갔고 당시 노선에 부산이 있어서 나 부산에서 병원 좀 가야겠다고 왜 이렇게 갑자기 배가 아프고 기력이 없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병원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좀 어려보이는 키만 큰 다시 한 번 이탈리안 의사가 노발대발 했다.


 "야 너 지금 배에 있는 의사 못믿어? 그리고 여기에서 진단 받았는데 외부 의사한테 왜 또 진단을 받고싶대? 밖에서는 니가 왜 아픈지 알 것 같아? 니가 아픈건 내가 제일 잘 알아. 너 그냥 배에서 힘들어서 그런거야. 쉬면 나아질걸 왜 나 무시하는 것 처럼 말해?"


 어이없다.


 얄미웠던 옆에 간호사도 갑자기 입을 다문채 살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의사와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아니 난 왜 그런지 내 몸이 왜 이런지 내가 내 나라에서 내가 하는 말로 듣고싶다니까?라고 말해도 역시 이 이탈리안은 못 알아 듣는다. 그래 내가 그냥 포기 해야지 하는식으로 병원을 나오는데 그 얄미운 간호사가 그냥 개인적으로 혼자 병원 나가봐 라며 속삭인다. 그래 고맙다 참.


 며칠 뒤 돌아오는 부산에서 병원을 갔다. 아무래도 승선하게되면 한식을 못먹고, 빵이나 파스타 같은 밀가루 음식들을 많이 먹으니까 장에서 문제가 생긴것인데, 현대인들이 갖고있는 흔한 질병이란다. 유산균 가득 든 약들로 처방해주셨다. 그 뒤로 배가 덜 아팠다.


 쉽닥터 하면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글이 너무 길었다. 나의 이런저런 경험들로 처음 들었던 의사와 배에 있는 병원에 대한 불신은 거의 완전한 사실이 되었다. 그래서 2020년 4월, 50명이나 되는 미열, 고열 환자들이 나올 때 까지 그저 계절성 감기로 치부했던 의사가 미웠고 더욱 더 큰 불신이 생겼다.


 물론 모든 의사들이 그런건 아닐것이다.


 어쨋든 격리를 시작하고 둘째날 추가 확진자가 생겼고, 나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의 양성 소식을 듣자 두려워졌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코로나 검사를 나는 내일 받는다. 전 직원에게 전수 조사가 시작되었고 난 아닐거야하고 생각하며 다시 또 잠이 들었다.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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