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브랜드 이야기
저에게 성심당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 튀김소보로‘ , ’ 인기 많은 빵집‘, ’ 웨이팅‘ 정도였습니다. 물론 선한 일을 많이 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
어느샌가부터 성심당의 웨이팅이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인기식당들처럼 언젠간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성심당을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맛집에 의외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하지만 개인적인 기회로 성심당과 미팅을 하면서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맛이 좋아서, 가격이 합리적이어서가 아닌 성심당이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는 걸, 롱런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라는 걸요. 성심당의 본질을 들여다보며 느낀 우리가 성심당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적어봅니다.
성심당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성심당은 거룩한 사랑, 즉 나눔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심당 본사에 들어가면 ’모든 이가 이로운 일을 해라 ‘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미션으로 모든 것을 행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최초의 시작은 찐빵 100개의 나눔이었지만 현재는 매 월 4000만 원 이상의 빵을 기부하며 미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이는 프라이싱 전략에서도 나타나는데 성심당 빵의 가격은 타 베이커리 가격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편입니다. 누구나 들어와서 쭈뼛거리며 사지 않게끔 하라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성심당을 다시 바이럴 시킨 것은 ‘00시루’ 시리즈인데요,
한 그릇에 10만 원이 넘어가는 조그만 망고빙수 사진이 떠돌아다니며 고물가를 체감하게 할 때, 성심당은 망고시루를 4만 5천 원에 내놓으며 한 번 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시루’라는 네임밍에 걸맞게 묵직하고 풍성한 케이크는 가성비를 떠나 성심당이 지키고자 하는 본질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제품입니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성심당은 사랑받고 있는 것이죠.
또한 최근에는 임산부 고객들에게 할인과 더불어 웨이팅을 하지 않고 빵을 구매할 수 있는 프리패스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하는 점에서 ‘역시 성심당’이라는 말이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성심당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대전’입니다. 대전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현재까지도 대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곳이며 대전하면 성심당이 떠오를 만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물론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이전에 서울에 팝업을 진행하거나 프랜차이즈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맛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판단하에 현재는 대전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참 온라인을 달궜던 이 그림 또한 대전에서 성심당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설명해주고 있고요.
이처럼 대전과 성심당의 관계성은 지역의 명소를 뛰어넘어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전과 성심당의 애틋한 관계는 이전 위기극복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성심당 화재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당시 프랜차이즈 빵집의 성황과 구도심의 쇠락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성심당은 화재까지 덮치자 실제로 폐업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성심당을 포기하지 않고 일으킨 것은 오히려 직원들과 대전시민들이었습니다. 직원분들은 소중한 일터를 되살리기 위해 불에 탄 집기를 세척하고 중고 제빵기계를 사러 다녔고 극적으로 다시 문을 연 성심당에는 대전 시민들이 줄을 섰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있는 빵집이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죠.
실제로 성심당 이사님은 해당 사건을 설명주실 때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덤덤해질 법한 일이지만 성심당은 정말 대전분들이 살리셨다라며 눈물을 훔치시는 모습에 성심당과 대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큰 위기극복 이후 성심당은 직원들도 가족처럼, 모두 한마음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성심당의 행사는 ‘한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성심당 한마음 체육대회’처럼 말이죠.
또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심당의 복합 문화공간인 ‘성심당문화원’에서는 지역의 작가들과 특색 있는 콜라보를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홍빛나 작가님의 ‘소소만마을, 나의 성심당’이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마치 한국판 ‘전기의 요정’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전기의 요정: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공개된 라울뒤피의 작품으로 전기의 탄생 배경과 관련 인물 및 사건들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작품)
실제 대전 출신의 작가가 추억하는 성심당 빵에 대한 경험들과 상상이 녹여진 작품으로, 그림의 한편에는 성심당의 시초인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이, 한편에는 성심당 케이크로 프러포즈를 하는 작가의 부모님이, 한편에는 성심당 빵으로 행복해하는 가족들 등 성심당에 대한 다양한 추억들이 그러져 있습니다. 대전시민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성심당에 대한 추억이 있다는 것, 롱-런한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 것입니다.
이처럼 대전의 명소를 떠나 이제는 정체성이 된 성심당,
성심당은 혼자가 아닌 대전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했습니다.
성심당과 미팅을 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직원들에 대한 존중이 뛰어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는 사용하시는 워딩에서부터 드러났는데요, 빵을 만드는 일을 ‘거룩한 노동’이라 칭하며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과 신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성심 문화원에 가면 직원들이 춤을 추며 나오는 홍보영상이 있는데요,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시 직원분들은 이거 찍는 거 괜찮으셨나요?’라고 농담 섞인 물음에 출연을 원하는 직원들만 촬영했다는 답변이 인상 깊었습니다. 거룩한 노동으로 계속해서 반복업무를 해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프로젝트를 재미있어했다며 직원분들의 노동에 대한 감사를 전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최근 베이커리 최초로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준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처럼 성심당은 전 직원들이 소통하면서 노동을 존중하며 나눔의 실천으로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성심당케이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을 보여주시며 올해가 기대된다는 답변보다 이 상황이 너무나 감사했다는 말씀을 하신 이사님부터, 성심당 상품권으로 빵을 사다가 최소금액을 못 맞춰 1만 원 상품권으로 7천 원어치만 사겠다고 한 저에게 소금빵을 더 포장해 주시며 ‘이것도 돈인데 받으셔야죠’ 하면서 챙겨주신 직원분까지.
중심이 단단한 브랜드가 시간의 세례를 받고 또 직원들까지 그 비전을 함께 공유하다 보면 이렇게 좋은 브랜드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만나고 더 팬이 된 브랜드 성심당, 앞으로의 앞날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