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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롱 May 28. 2021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

‘요즘 젊은 놈들’이 버릇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 한 가지다. 4,000년 전 바빌로니아 문자판에도 쓰여 있고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아무 데서나 먹을 것을 씹고 다니며, 버릇이 없다’라고 했다. 한비자의 <오두>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부모의 사랑, 동네 사람들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지의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강이에 난 한 가닥 털조차도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던 ‘요즘 젊은 놈들’이 지금의 ‘요즘 젊은 놈들’을 버릇없다고 한다.


 ‘요즘 젊은 놈들’의 세대는 90년 대생들이다. 이제 한창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다. 이들이 학생 신분에서 직장과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징 때문에 기성세대들이 많이 당황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들을 알아야 한다며 ‘라떼는말이야(조기준. 2020. 2. 10. 활자공방)’와 ‘90년생이온다(임홍택, 2018. 11. 16. ㈜웨일북)’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와 필독서가 되었다.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90년생 ‘요즘 젊은 놈들’은 자유분방하고 재미만 찾고 질서를 모르는 버릇없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인생의 선배라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90년생들에게 강요를 한다. 90년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꼰대질이고 세대 간의 갈등이 되는 것이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고,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상대방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꼰대질’을 한다. 꼰대들의 가장 큰 무기는 나이다. 나일리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은어로 ‘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다. ‘나이가 많아지면 권력이 마일리지처럼 쌓인다’라는 의미다. 이런 ‘꼰대질’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1월 10일 조선일보에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72세 노인이 67세 노인을 "나이도 어린 게 건방지게 노인정에 드나든다."며 노인정에서 쫓아내다 경찰에 신고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72세는 67세보다 권력이 더 많은 것이었다.


 30여 년 전, 입사한 지 3년쯤 되었을 때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 ‘권위주의(상명하복 문화)를 버려야 조직의 단합과 기업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어느 강사분이 뜨겁게 강의를 하였다. 직장 생활 3년 차가 무슨 권위를 부릴 것이 있다고 바쁜 사람 불러서 이런 교육을 시키는지 불만만 가득했다. 권위주의는 ‘법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개인적인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부여되는 막연한 존경에 의존하여 지배와 복종을 강요하는 정치 형태 또는 그런 관리 구조’라고 한다. 요즘 말하는 ‘꼰대’와 같은 맥락이다. 권위주의가 얼마나 팽배해져 있었으면 그것을 버리라는 교육을 했을까 싶다.


 문화지체는 종교 · 가치관 및 사회 제도와 같은 비물질적인 문화가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보다 느리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일컫는 말이다(오그번. 미국 사회학자). 우리나라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곳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김정훈은 ‘한국 사회의 특징으로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과학적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전근대적인 세습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현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업적과 논리를 젊은 세대에 강요하고 싶어 하고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강요를 고리타분한 꼰대질로 여긴다.


 유전형질은 머리카락의 색, 피부색, 키, 쌍꺼풀의 유무 등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나 특징뿐만 아니라 식성, 학습 능력 등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형질이다. 유전형질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획득형질이 있다. 획득형질이란, 유전자의 개입이 없이 생명체가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후천적으로 얻은 특성을 말한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훈련에 의하여 얻은 근육은 자식에게 유전되지 않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기성세대의 업적과 문화는 사람으로 치면 획득형질이다. 이것은 후대에 유전되지 않는다. 릴레이 경기에서는 앞선 주자가 아무리 잘 달려도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경기에서 지고 만다. 기성세대가 이룩해놓은 업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다음 세대에 바통을 잘 넘겨주지 않으면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기 어렵다. 바통을 넘겨주는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하기 전에 ‘요즘 젊은 놈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함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이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다. 과거 경험이 이제 판단의 기초 혹은 가르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에 경청해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끝-




*참고자료:90년생이온다(임홍택), 라떼는말이야(조기준), 우리는왜이렇게살까(강준만), 이기적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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