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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과 Mar 20. 2022

당신이 누른 "좋아요"를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보고


나는 오늘도 인터넷 상에 수많은 "좋아요"를 남겼다. 인스타그램의 하트, 유튜브의 좋아요 그리고 트위터의 마음까지. SNS 속 다양한 콘텐츠에 매료되어 몇 시간씩 그 속을 헤맬 때도 있다. 종국에는 내가 어떤 걸 어떤 생각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멍한 눈으로 손가락만 놀리게 된다. 2021년의 현대인이라면 분명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점차 내가 인터넷을 하는 건지 인터넷이 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경험이 이어지면 우리는 드디어 문제를 깨닫는다. 심각성을 인지한 현대인들은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런 절규는 SNS가 등장한 이후로 수 년 째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아무도 인터넷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왜 소셜 미디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이 자그마한 화면에 어떤 힘이 있는걸까. 그 대답이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있다.


출처 / 소셜 딜레마 공식 홈페이지


우리는 구독 중인 채널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아닌 채널일수록 경계한다. 신중하게 버튼을 누르며 스스로를 '까다로운 시청자'라고 자부한다. 선택받지 못한 콘텐츠를 만든 채널의 주인은 우리의 선택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회사들에게는 우리가 누르지 않은 좋아요 또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그들은 사용자의 긍정 혹은 부정 반응을 기록하여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그리고 점점 더 사용자가 거부할 수 없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노출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만 추천해주는 거네. 좋다."


<소셜 딜레마> 보기 전 알고리즘에 제법 긍정적이었던 나의 생각이다. 다양한 SNS에서 추천의 파도를 타고 들어가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셜 딜레마>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모두 SNS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사람들을 '조종(manipulate)'한다고.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과거의 나를 포함해 알고리즘을 긍정하는 이들은 온전히 사용자인 내가 알고리즘을 형성해 나간다고 믿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착각일 뿐이다. 우선 모든 SNS 플랫폼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알아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광고 수입이다.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끌어들인다. 단순한 광고는 노출에서 시작된다. 잦은 광고로 사용자의 눈에 띄어 천천히 제품을 익숙하게 만든다. 광고를 자주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인터넷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알고리즘의 개발이 시작됐다.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보고 광고를 보고, 또 다시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를 보는 것의 굴레가 형성된다.



출처 / 소셜 딜레마


알고리즘은 인간 심리에 기반해 강화한다. <소셜 딜레마>의 주인공 A는 어느 날 특정 정치적 사상이 짙은 영상을 본다. 이 생각에 호기심이 생긴 A는 연달아 수많은 추천 영상을 본다. 그리고 밤을 꼴딱 샌 그는 그 사상을 강력하게 믿게 된다. 알고리즘은 이런 힘이 있다. 단 한번의 클릭으로 한 사용자를 설득하고, 사상을 주입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정치 분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의 유튜브 사용자라면 누구나 펭수와 피식대학을 알 것이다. 이 두 채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알고리즘의 효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추천 피드에 있는 펭수의 영상을 별 생각없이 클릭했던 이들은 어느새 그의 광팬이 되었다. 펭수를 좋아하는 나의 지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펭수의 마인드가 좋아." 그들은 어떻게 '펭수의 마인드'를 알고 있는 걸까. 그건 추천 동영상을 따라 끊임없이 펭수 채널의 영상을 시청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하고 싶다.


"추천으로 보게 된 콘텐츠 외에 펭수에 대해 직접 알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새로운 취향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새롭게 추천 받은 분야에 대해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것 외에는 알지 못한다. 피식대학의 이창호는 매드몬스터의 제이호 등의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그를 알게 된 시청자들은 웃음을 주는 콘텐츠에 열광했다. 유튜브는 그와 그의 채널을 사랑하도록 끊임없이 영상을 추천한다. 그리고 관심이 시들해질 즈음, '이창호 논란' 영상을 추천해준다.


이창호의 채널을 알게 되고, 그를 좋아하고, 문제 사건까지 알게 되는 모든 과정이 알고리즘의 의도이다. 만약 해당 문제를 모르고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알고리즘이 아직 추천해주지 않았기에 몰랐던 것이다. 이렇듯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만든다.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의 취향은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다. <소셜 딜레마>의 인터뷰이들은 여기서 알고리즘의 공포를 말해준다. 알고리즘이 특정한 사상을 전 세계에 주입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 소셜 딜레마


알고리즘은 우리를 서서히 잠식한다. 알고리즘조차 한 사람을 하루 아침에 180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0.01도 정도는 바꿀 수 있다. 알고리즘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아주 조금,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바꿔두는 것. 그대로 끊임없이 나아간다면 우리는 알고리즘이 의도한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시 이 글의 제목을 떠올려보자.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정말 온전히 당신의 의지에서 비롯되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여전히 '예'라고 생각한다면 하단의 영상 전체를 보길 추천한다.) 알고리즘은 매일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우선 알고리즘을 의식해보자. 이 글을 읽었으니 첫 단계는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알고리즘을 무시하기 위해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취향을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호기심이 생긴 분야가 있다면 도서관에 가보자. 시간이 흘러 획일화된 알고리즘 속 취향이 아닌, 특별한 당신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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