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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타임조아나 Nov 03. 2020

뉴욕, 나의 뉴욕.

짧은 단상







  걷고 걷고 걸었다. 내가 있는 이 곳이 섬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는다. 그리고 잊을 때쯤이면 나는 끝으로 간다. 건너편에 있는 롱아일랜드를 보고 브루클린을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땅이 아니라 물 위에 표류하는 작고 외로운 곳에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이 바로 뉴욕이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는 곳. 






  세계 어느 곳보다 들떠있고 번잡해 보이고 활기에 넘치는 뉴욕이지만 결국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모인 가장 외로운 섬인 것이다. 햇볕이 강해 살이 검게 그을릴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걸었다. 바람에 치마가 날리고 발바닥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질 때마다 일 년 전 국토대장정을 할 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뮤지컬 위키드의 노래들도 흥얼거렸다가 밤에 취해 쓴 글이 결국 나의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도 떠올렸다. 롤러 브레이드, 자전거, 보드를 탄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달리고 있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천천히 그들의 시간을 음미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함께 운동을 하는 남자들과 여자들, 웃통을 벗고 강물에서 카약을 타거나 돗자리를 깔고 누워 햇살을 받는 가족들도 많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건 어떨까. 모두 살이 쪄간다는 뉴욕에서 나는 몸짱이 되어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 길을 걷다가 어지러워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뮤지컬 시카고를 다시 보았다.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시카고를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사온 과일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메모를 하고 고등학교 동창과 카톡으로 외롭다는 이야기만 주야장천 나누다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새똥에 경악을 한 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샴푸로 두 번씩이나 머리를 감고 틀어놓은 재즈를 듣다가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동이 터오는 뉴욕을 발견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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