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도시에서 오른쪽 운전으로
나는 운전 면허증을 22살에 땄다, 그것도 수동 1종 보통으로.
운전 면허 학원에서 실기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한 2개월 연습했던 것 같다.
그때 소형 트럭의 기어는 핸들 옆에 있어 올렸다 내렸다 해서 조절하고
실기에서는 1단, 2단 기어로 모든 게 해결되기 때문에 클러치는 실제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운전 면허증을 따고 나서, 면허증은 13년 동안 장롱 면허로 남아있었다.
35살에 영국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아 해외 근무를 하게 되었다.
주재원 발령 전에도 출장으로 같은 곳에 4개월 정도 장기 출장으로 있었지만
출장자여서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가족과 같이 부임을 하게 되어 첫날 차를 받게 되었는데,
집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우선 슈퍼마켓까지 가서 장을 보고
주유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주유까지는 잘했고 계산도 했고 이제 나오면 되는데,
차를 돌리는데 갑자기 뭔가 플라스틱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이 날 바람이 조금 불었는데, 앞 차의 주유구 마개를 차 위에 올려놨는데
그게 떨어졌고 때마침 나가는 내 차바퀴에 깔려서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 잘못은 없지만 일단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앞 차 주인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였는데, 내가 차에서 내리니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며 It's not your fault라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며 그냥 가라고 하셨다.
첫 운전에 거기에 오른쪽 운전에 잔뜩 긴장한 나는 왠지 모르지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나 집으로 갔다.
와이프와 어린아이 앞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으나,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어쩔 수 없었다.
영국 근무 2년 동안 다행히 별 사고 없이 오른쪽 운전을 잘했고
용감하게 영국 여기 저기를 여행까지 하였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다른 나라로 발령이 나서 이동을 하게되었다.
이렇게 나의 운전 경험은 영국에서 오른쪽 운전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운전은 해외에서 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한국에서 운전은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아직도 한국에서 하는 운전은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