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모습과 단상
해외 생활 중 여러 나라 지하철을 경험해 보면 우리나라 지하철의 좋은 점이 절로 떠오른다.
지하철이 처음 생긴 영국 런던 지하철 차량도 작고 플랫폼도 좁았고, 프랑스 파리 지하철은 냄새도 나고
소매치기 걱정에 불안을 떨칠 수 없었고, 스페인/이태리 지하철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했으나,
치안에 대한 불안함으로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낡은 지하철의 소음과 덜컹거림도 우리나라 지하철의 안락함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여름 한국에 정착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드는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Scene #1
약속 시간에 맞추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동네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섰다.
플랫폼에 잠시 서있는 순간도 쉽지 않은 날씨였으나 지하철을 타는 순간 그 뜨거움도 잊을 수 있었다.
그다음 자리를 찾아보기 위해 둘러보았으나 자리와 사람이 거의 매치되는 것 같았으나
불행히도 나의 주저함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서 가게 되었다.
당연히 비어있는 핑크색 임산부 보호석은 내 의식에 없는 자리였다.
내가 가야 하는 역까지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렸지만 끝까지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와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도 대단하네라고 생각했다.
Scene #2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시외로 가는 노선이라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색 임산부 보호석은 비어있었다.
그런데 어느 역에서인지 4~50대로 보이는 커플이 탔다.
많은 사람들을 헤집고 핑크색 임산부 보호석 쪽으로 이동을 하더니
남자가 배려하듯 여자를 앉혔다. 여자도 주저 없이 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알면서 외면하는 것인지, 폰 삼매경인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 커플은 해외 동포 같았다.
나 혼자서 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몰라서 그랬을까, 아님 알면서도 무시하고 그냥 앉았을까?
Scene #3
낮 시간이었다, 역시 약속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탔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자리가 여유 있게 있었으나 점점 시내로 가면서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임산부 보호석은 비어있었다.
어느 역을 지났는데 그 자리가 찼다.
용감한 젊은 남자가 턱 하니 앉았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혹시 너무 피곤했는데 내가 그 피곤함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와 같은
그 친구는 무슨 생각으로 앉았을까 생각하면서
내 목적지에 다 달았다.
3가지 경우를 보면서 처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질서 의식에 국뽕이 차기도 했고,
합의된 룰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할까 생각도 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어쩌면 너무 틀에 박힌 사고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임산부 보호석을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을까라고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