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생각-5

by Old Bamboo 노죽


순례길 29일 차를 걸었다.

오늘 100km가 남았다는 표지석을 통과했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약 한 달을 지내다 보니 산티아고 길의 차이 또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산티아고 프랑스 길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지형적으로도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나뉜다고 느껴진다.


프랑스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부르고스까지 첫 번째 구간이다.

처음이라 몸도 마음도 긴장을 하기 때문에 그 피레네 산맥을 넘는 어려운 길을

아무 생각 없이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을 보느라 피곤하고 힘든 줄도 모르고 넘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 길들은 자갈길, 돌길, 진흙길 거기에 비라도 내리면 여기저기 생기는 물 웅덩이들은 덤이다


사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아직까지 내가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여 숙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로도 스스로 만족한다.

숙소에서 순례자 메뉴가 내 입에 잘 맞기까지 하면 금상첨하다.

다행히 신발이 잘 맞아 물집 안 생기고, 발목이나 무릎 이상 없이 하루의 일정을 마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며칠 동안 공립, 사립등 다양한 숙소도 경험해 보면서 그렇게 10여 일을 보낸다.


메세타 평원이라 부르는 부르고스에서 레온을 지나는 구간이 두 번째 구간이다.

나름 익숙해진 순례길에 이제 두 번째 구간에 들어서니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한국에서는 호남평야나 지날 때 볼 수 있는 지평선을 보며 걷는다.

밀밭, 포도밭 그리고 나처럼 4월에 걸으니 노오란 유채꽃의 절정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구간이 지루하다고 레온으로 점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걷기에 익숙해진 나는 이 메세타 평원 구간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 길에서 만난 한국 사람이나 외국 찬구들과도 그냥 일상 얘기도 했지만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가?

지금의 세계는 정상적인가 등 어려운 얘기들도 나누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위 나 스스로 정신적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레온을 지나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서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구간이다.

아직까지 이 구간을 걷고 있지만 이 구간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레온부터는 뭐랄까 다시 속세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걷는 구간은 차도 옆을 많이 걷기도 하여, 차량의 소음과 매연이 현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평지에서 마지막으로 높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 후에 드디어 산티아고가 속한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선다.


그런데 첫 번째 구간을 시작할 때 다 걸어봤던 동일한 형태의 길들,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길,

산자락을 돌아도 돌아도 계속 나오는 내리막길에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처음과 달리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아마 20여 일이 지났으니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높은 산자락의 오르막에 있는 숙소에서 보는 멋진 풍경, 그 힘든 오르막 너머에 있는 몽환적 풍경의 산속의 숙소도 아름답다. 하지만 첫 번째 구간을 걸으면서 느꼈던 감동에 비하면 약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세 번째 구간만을 걸어도 순례길 완주증서를 받을 수 있기에 이 구간에 들어서면 갑자기 사람들이 늘어나고, 거기에 숙소나 음식점 가격도 이전보다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


같이 걷던 친구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일정이나 산티아고 도착 후 다른 관광지로 이동 계획을 맞추기 위해 평소 걷는 거리보다 더 가기도 한다.

내 경우도 원래 산티아고를 완주하면, 땅 끝 마을인 피니스테라, 묵시아는 버스를 타고 돌아본 후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저가 항공 가격이 하루 차이로 몇 배 이상 차이가 나니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다.


이렇게 마지막 구간은 첫 번째, 두 번째의 떨림과 충만함을 가슴에 담고,

산티아고가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임을 깨우쳐주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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