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그리고 1년
작년 7월 중순 해외에서 한국으로 귀국을 하면서 나의 50대 퇴직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장마 빗속에 집을 구했고, 8월 말에 입주, 이삿짐은 9월 초에 들어왔다.
나의 퇴직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랜 해외 근무로 자주 못 뵈었던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을 명절, 시제, 김장 등을 이유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찾아뵈었다.
이제 연세가 꽤 되시는데도 갈 때마다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무리하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되면서도 덕분에 직접 농사지은 여러 수확물들을 더불어 즐기고 있다.
가까운 친구, 선 후배들과 자주는 한 달 적어도 분기별로는 만나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가끔 경조사가 있을 때는 정말 2~30년 만에 만나는 인연들도 있었다.
퇴직 후 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던 독서와 공부는 1년 동안 26권의 책을 읽었다.
지역 도서관에 등록을 해서 가서 읽기도 한다. 소설, 수필,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보려고 했다.
지금도 3~4권의 책을 같이 놓고 오락가락하며 읽고 있다.
한자 쓰기를 조금씩 하다가 대학 평생 교육원에서 한문 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주민센터에서 일본어 강의를 신청 열심히 히라가나를 외우고 있다.
작년 날씨가 선선해지는 시점부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올 초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체력을 갖추기 위해 매일 10~15 km를 걸었다. 출발 일정을 고민하다 2월 중순에 비행기를 표를
끊었고, 4월 10일부터 5월 12일까지 33일 동안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무사히 완주했다.
이어서 포르투갈 포르투, 영국 런던 맨체스터, 아일랜드 더블린을 돌아보면서 50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한동안 체력 보충의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는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되는 시점이 되었다.
완전히 일을 안 하고 즐기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은 많은 미디어나 sns를 보며
생기는 불안감에 뭐라도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구직 사이트에서 해외에서 일하는 자리가 있다면 지원을 해본다. 딱히 진전은 없다.
집 근처에서 주 2~3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보는데 잘 보이지도 않지만
선뜻 나서지도 못한다.
딱히 불편함도 없고, 힘든 일도 없는데 막연한 불안함이 떠나지 않는다.
편하고 여유 있게 즐기면서 지낼 수 있으련만 뭔지 모를 갈비뼈가 갈라지는 부분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 답답함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다가 사라질 때가
오지 않을까?
모든 걱정 근심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단지 내 생각이 만들어 낸다는 내용을 읽고 들어도
떨쳐낼 수 없는 것은 지금 내가 50대 퇴직 1년 차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