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만나는 상사

회사 이야기-4

by Old Bamboo 노죽


회사 생활을 한 기간이 약 25년 정도 된다.

다양한 직장 선배들을 만났다. 그중에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는 상사는 손으로 꼽는다.


모스크바에서 같이 근무한 상사에게 추석에 명절 인사로 카톡을 드렸더니 추석 쇠고 한 번 보자고 하셨다.

은퇴하고 해외에서 살고 계신데 이번 추석은 한국에 보내신다고 하셨다.

그 분과는 3년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같이 근무했다.


대기업은 소위 말하는 오너 일가들이 중요 직책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 아래 고위 임원들은 오너 일가의 말투나 행동 방식을 따라서 아래로 전파를 하게 된다.

거기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이게 당신 회사면 이렇게 하겠느냐는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멘트가 많았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긴 하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할 생각도 없이 그냥 앵무새처럼 아랫사람들에게

강요를 한다. 마치 시험 볼 때 무조건 외우고 보는 것처럼.

아마 그들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각인하는 과정이었으리라 이제는 이해한다.


사람이 자신의 영혼을 담아서 뭔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하다못해 그 사람의 진심이라도

느껴지지만, 아닌 듯 하지만 본인도 살기 위해 그렇게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신입 사원이 아닌 어느 정도 회사 경험을 한 사람들은 다 느낄 수 있다.

이 분은 달랐다. 업무 시간에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서 지시하고 관리하지만,

업무 외 시간에는 본인도 오너가 아닌 한 명의 샐러리맨이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말씀하셨다.


모스크바 근무 기간 중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재외 국민으로 우리도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갑작스레 번개 회식이 잡혔다.

그분 산하 주재원들이 모여 와인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당시 선거에 누구를 지지했는지를 물어보셨다, 본인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우리에게도 물었다. 우리는 각자 생각하는 바를 편하게 얘기했다.

그분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이 각자 그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본인과 다른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때가 같이 근무한 지 두 번째 해였고 사실 이런 얘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분이 우리들과 이뤄온 교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하면서 좋은 소리 싫은 소리 듣기도 하지만, 다른 상사들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

이 분은 기억에 남는 상사 중의 한 명으로 모시게 되었다.


작년 연말에 뵙고 거의 1년 만에 다시 몇몇의 인연이 있는 후배들과 그 상사 분을 다시 만났다.

이제는 연세가 있으셔서 적당히 술 한 잔 하시고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다가 헤어졌다.


이 분을 만나고 나니 그동안 지나쳤던 많은 선배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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