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음식 이야기-4

by Old Bamboo 노죽

어릴 적 외할머니가 엄마를 도와주시려고 우리 형제 중 첫째인 나를 키워주셨다.

당시 할아버지는 일 때문에 떨어져 계셔서 나는 할머니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시장에 따라가면 돌아오는 골목에서 떡볶이를 사주셨다. 할머니는 빨간 양념이 된 것으로

나는 간장 양념이 된 것으로 먹었다. 적당한 간간함에 기름의 고소함까지 어린아이였던

내게 딱 맞는 맛이었다. 그 떡볶이가 지금의 통인 시장에 있는 유명한 기름 떡볶이었다.

지금 원조라고 하는 곳보다 내가 먹은 곳이 사실 더 오래된 곳이었다.


초등학교 1~2학년즈음으로 기억한다, 방학 때 외할머니한테 왔다가 만난

사촌 이모들과 같이 떡볶이 집에 갔다, 그런데 큰 프라이팬에 떡과 당면과 어묵을 등을 넣고

직접 끓여주는 것이었다. 즉석 떡볶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즉석 떡볶이가 떡볶이 한 종류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그때 처음 본 즉석 떡볶이는

내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학 입학 후 1학년 때 자주 가는 분식집이 있었다.

그 집을 자주 가는 이유는 떡볶이가 서비스로 제공이 되는 곳이었다.

떡볶이를 공짜로 먹고 다른 메뉴까지 먹으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집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학교 앞에 갔더니 거기는 아파트 건설을 위한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해외 근무를 하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왔는데

우리 아이가 당시 유행하던 동대문 엽기 떡볶이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보통 맛으로 했는데, 우리 식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반도 못 먹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 주중에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한 번씩 먹는

신전 떡볶이를 주말에 나한테 포장 심부름을 시켰다.

떡볶이와 스팸마요 덮밥까지 세트로 먹어야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떡볶이와 조금 향이 다른 후추향이 강한 맛이었다.

최근에 집 근처에서 신전 떡볶이를 발견하고 아이에게 먹어볼까 했더니

이제는 시큰둥하다. 입맛이 그때랑 달려졌나 보다.


해외 근무 중 한국 마트에 가면 밀키트로 파는 한국 브랜드 국물 떡볶이를 살 수 있었다.

사가지고 집에 가면 와이프가 왜 비싼 것을 사 오냐고 자기가 해줄 수 있는데 하면 잔소리를 한다.

와이프가 해주는 떡볶이는 건강한 맛이고, 사 온 것은 자극적인 맛이라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때로 자극적인 MSG 맛이 당길 때도 있다.


최근에 추석을 쇠러 부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무슨 얘기하다가 떡볶이 얘기가 나왔는데

제수씨가 어떤 브랜드의 떡볶이가 맛있다고 손수 택배를 보내주셨다.

매운맛과 보통맛 2 종류였다.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의 떡볶이를 맛보았다.


떡볶이는 웬만하면 맛있다.

떡볶이를 최애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먹어왔다.

우리는 나이 먹어서도 떡볶이를 시킬 수 있는 충분히 많은 추억을 가진 세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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