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친구

나의 부(富)에 대한 편견

by Old Bamboo 노죽


대학 1년 후배가 있다.

알게 된 지 머지않아 40년이 되어가는데 어떤 인연인지 이 친구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서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연락을 이어가며 살았다.

지금 이 친구는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얼마 전 한국에 들어온다고

보자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 친구는 집이 부자다.

이 친구가 입학했을 때 처음 서로 인사하면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압구정동이라고 했다. 그 당시 압구정동 오렌지족이 한창 유명할 때라서

지방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너네 집 부자구나 했더니...

그 친구 왈 우리 집은 압구정동에서 제일 가난한 한양 아파트라고 했다.

내가 아는 압구정동은 현대 아파트 밖에 없었기에 그렇구나 하고,

그때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밥도 술도 사주던 시절이라 지방 출신 선배인 내가

열심히 밥과 술을 샀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야 나는 한양 아파트가 현대 아파트만큼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때때로 만날 때마다 이 친구는 그때 일을 잊지 않고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밥 사주고 술 사준 얘기를 꼭 한다.

고마워서 그런 것인지 나의 어리석음을 안주삼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전화 통화만 하다가 몇 년 만에 만난지도 모른 체 이번에 만났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고 하다가 그 친구 어머님이 노환으로 많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유산 상속을 받았는데 상속세가 너무 많이 나와

분할 납부 중이고 최대한 어머님께 상속을 미뤄두었는데 어머니 돌아가시면

상속세 더 많이 내야 된다고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몇 년 더 햇수를 채워야 그 나라 연금을 탈 수 있다고

무심한 듯 말했다.

돈도 많은 얘가 무슨 연금까지 받을라고 하냐고 한소리를 해줬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지금까지 부자나 부(富)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나 돌이켜보았다.

드러내고 돈을 밝히는 것은 천박하고, 부자들은 놀부처럼 인간성도 나쁘다는 것이

나도 모르는 내 의식의 바탕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 친구를 보면은 선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없고 그저 본인의 일상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저 부의 유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좀 더 편하거나 불편하거나의

문제인 것인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