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토네이도의 기억

by Old Bamboo 노죽


주말 강풍 예보가 핸드폰에 끊이지 않았다.

산책을 나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도로 표지판이 거의 45도로 접혀 있고, 각종 신호등이나

CCTV가 매달린 금속 지지대가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내 의식은 자연스레 가장 강력한 바람이었던 토네이도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살 때는 일기 예보에 비바람이 예상된다고 하면 우산을 준비하면 되었다.

바람이 불면 비가 옆으로 내려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고, 가끔 태풍이 부는 시절에

바람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는 수준이었다.


어쩌다 보니 미국 시골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 출장으로 방문했을 때 차를 타고 이동 중에 목조 주택이 완전히 무너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사 중인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군데군데 그런 모습의 집들이 보였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토네이도가 지나가면서 그 영향으로 집이 부서졌다는 것이다.

토네이도가 그렇게 강한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리 시간에 배운 열대성 저기압의 종류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태풍,

남아시아에서는 사이클론, 미국 플로리다를 주로 타격하는 허리케인 그리고 텍사스를 거쳐 중서부에

영향을 주는 토네이도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갑자기 토네이도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방송이 되었다.

회사에서 퇴근할 때까지는 그냥 비를 동반한 바람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12시경이었다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비도 엄청 내리기 시작했고 지붕이 뚫어질 듯 한 소리가 지속되었고 바람 소리는 뭔가 날아갈 것 만 같았다. 자연재해에는 동물들이 민감하다고 하는데

우리 집 강아지도 어둠 속에서 하울링을 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이리저리 집안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자는 듯 마는 듯 새벽이 되었고 다행히 비는 그쳤고 전기도 복구가 되어 있었다.

전날 밤의 아수라장 같은 순간이 언제였냐는 듯 고요하기까지 했다.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서니 우리 집 길목에 있는 옆집의 큰 나무가 밑동이 꺾여 쓰러져 있었다.

출근하는 길에 잔가지들이 우스스 떨어져 있는 것은 우스운 정도였다.

근처 도시에 일이 있어 방문을 했는데 토네이도의 특성인지 나란히 서 있는 집사이로 한 집만

완전히 무너져 쓰러져 있고 바로 옆 집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화롭게 서 있었다.

토네이도가 지나간 루트에 있는 집이나 건물들만 큰 피해를 본 것이다.

우리나라 옛날 나무로 된 전봇대가 미국 시골에는 아직도 서 있는데 그런 전봇대가 넘어져

임시로 복구 중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살 던 그 시골 동네가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이 된 지역이었던 것이다.

오즈의 마법살의 만화 버전을 보면 집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이 나오는데 그게 단순히 상상력이

아니라 실제로 토네이도가 만든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길지 않은 기간 미국에서의 생활 중에 토네이도는 뚜렷한 기억을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