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전말
지금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해외에서 지금으로부터 20년도 지난 일이다.
나의 첫 번째 해외 근무지이고 부임 첫 해의 가을이었다.
하반기에 새로 부임한 주재원 S는 능력 있는 과장이었고, 나이도 나랑 동갑이라
국내 근무할 때부터 잘 알고 있었고, 해외에서까지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S 과장의 업무는 생산과 구매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반기에 부임하여 정신없었던 S 과장에게 우리 근처에 있는 한국 협력회사 직원들이
부임 인사를 핑계로 저녁 식사 자리를 갖자고 제안을 했다.
S 과장은 혼자 가기 그랬는지 나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기꺼이 응했다.
그 저녁 자리에는 우리 회사 2명과 협력회사 8명이 모인 규모가 큰 저녁 모임이었다.
우리나 협력 회사 직원들이 모두 30대로 젊었고, 모처럼 먹는 한식에 해외에서는 비싼 소주까지
곁들이니 비어지는 소주병의 숫자가 꽤나 되었다.
그래도 협력 회사 직원들은 한 명이 술을 자제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자리가 마무리될 떼
그 직원이 동료들을 데리고 헤어졌고, S 과장과 나는 각자 운전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 동네는 해가 지면 거의 차가 안 다니는 시골 동네였기 때문에 조심해서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식사 장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었고, S 과장 집은 차로 20분 정도는 가야 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집에 도착해서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든 지 두어 시간 지난 후에 갑자기 S 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나서 지금 병원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취했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당장 그 상태에서 내가 운전을 하고 나갈 수 없어서 같이 근무하는 주재원 선배들에게 연락을 했고
2명의 선배가 병원을 찾아가 S 과장의 상태를 확인을 했다.
다음 날 아침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S과장은 사고 과정에서 찰과상이 있었는지 얼굴에 상처도 있었고
다친 사람은 없지만 차량 사고라서 경찰이 왔는데 운전자가 음주를 한 것을 확인하고 음주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피를 뽑아서 검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만약 음주 정도가 기준 이상이면 외국인의 경우, 추방도 가능하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법인장 명의로 선처를 요청하는 Letter도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S 과장은 고개도 못 들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이제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낙담을 하면서
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3~4개월이 흘러 그해 연말이 되었다.
모두들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며 회사 변호사등을 통해서 수소문을 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즈음에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한다. 황당하게도 경찰이 채취해 간 혈액 샘플이
분실되어 증거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회사 측 변호사에 의하면 S 과장이 발견된 곳은 집 앞 2~3미터 앞이었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큰 나무를 들이박고 서 있는 것을 지나가던 차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이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데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긴장을 해서 집 앞까지는 잘 갔으나 집을 보니까 긴장이 풀렸나 보다고 위로를 전했다.
몇 달을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S 과장은 한숨을 돌렸고 그때부터 회사에는 회식 시에는
무조건 한 명은 금주하고 전원 집까지 데려다주는 규칙이 생기게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음주 운전이다.
그런데 그 당시 그 나라에서는 경찰도 맥주 500cc 정도는 인정을 해주던 시절이었다.
그때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S과장은 지금도 현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