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6
지금과는 다른 시절 이야기다.
해외에 지사나 법인이 없는 회사의 경우, 해당 국가에 가까운 거래처가 있다면 그 거래처에게 호텔 예약이나 공항 픽업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치안이 불안한 국가로의 출장을 갈 때는 그런 준비가 필요했다.
이제는 어디든 여행 앱을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우버 같은 차량 앱을 이용하여 편하게 숙소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대기업과 같이 해외에 법인이 있는 경우는 출장자 일정에 맞춰서 계약된 호텔이나 택시 회사가 출장자를 공항에서 안전하게 픽업한다.
내 경우 일수로 세어보니 일 년의 4개월 정도를 출장을 다녔던 것 같다. 짧게는 2박, 3박짜리부터 길게는 2주 정도까지 해외 출장을 다녔다. 그때는 한 나라에 주재하며 일을 하는 주재원이 많이 부러웠다.
그러나 주재원 나름의 애환을 모를 때의 부러움이었다.
출장자는 단기간 동안 현지를 방문하여 목적한 바에 대한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와 같고, 주재원은 현지에 체류하며 장기간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마라톤 선수에 비교를 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일 잘하는 직원은 출장 계획이 잡히면 출장 시 필요한 Agenda를 정하고 미리 현지와 협의를 시작한다. Agenda는 단기와 장기로 나눠 당장 해야 할 과제와 시간을 가지고 실행할 과제로 나눠 사전 협의를 한다. 일단 Agenda가 협의가 되면 출장의 50% 이상은 준비가 끝난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출장을 온 직원은 이미 큰 그림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현지 특수한 상황을 직접 보고 현지에 맞는 실행 계획을 합의하고 앞으로의 장기 계획을 같이 협의를 하고 출장을 마무리한다.
정말 일 잘하는 직원은 출장 마지막 날 업무 일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에 출장 보고서까지 본사와
현지에 공유를 하고 돌아간다. 한국에 출근할 때는 여느 출근날처럼 편안하게 일과를 시작한다.
주재원의 경우, 현지에서 현지인 직원과 거래선들과 일상을 보내며 한국 본사의 전략을 현지 사정에 맞게
적용하며 그 성과를 창출하는 일을 하는데 소위 말하는 전쟁터의 전선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일이 잘 되려면 주재원과 본사 담당자 간의 죽이 척척 맞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의 간극이 크면 양쪽 다 쓸데없는 소모전에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새로 회사에 조인한 사람이 출장을 오는 경우,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출장 중에 먹는 한 끼 식사나 일과 후에
어디를 갈지 또는 운 좋게 출장 기간 중 주말이나 휴일이 있는 경우에 뭘 할지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높은 임원 분을 모시고 유럽 출장을 나섰다, 그 임원분은 우리 회사에 조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한 나라에서 2박 3일 정도를 보내는데 첫날 식사를 모두 한식으로 했다. 그랬더니 임원분이 현지에서는 먹는 것도 현지식으로 먹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서, 거기 주재원들이 나머지 식사는 현지 전통식으로 계속 준비를 해줬다. 그분은 만족해서 돌아갔을지 모르지만 주재원들은 그렇지 않다.
사실 사는 곳만 외국이지 일하는 것은 한국처럼 어떨 때는 한국보다 더 치열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는 것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먹어야 한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신 분들은 이런 사정을 이해를 하기에 오히려 현지에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 별 말을 하지 않는다.
해외 주재원들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의전이기 때문에 출장자 본인이 말을 안 해도 이미 일정에 따라 또는 출장자의 취향을 미리 파악하고 한식과 현지식을 적절히 준비하고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한 Plan B까지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현지식만 원했던 그분의 이후 커리어를 보면서, 지금쯤 출장과 다른 주재원 생활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