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이야기
작가 김주혜는 2024년 12월 톨스토이 재단이 주관하는 러시아 최고 권의의 문학상인 야스나야 폴랴나상을 받은 작가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 해 살면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를 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지만 모국어에 자부심을 가지고 가정에서 늘 한국어를 써왔다고 한다. 또한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고 자랐기에 한국의 역사를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비단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 동시에 자연 파괴, 전쟁, 기아를 맞이한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지를 소설을 통해 제시하고 싶어 한다. 또한 우리 나라의 상징인 호랑이를 매개로 잊혀진 우리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실제로 사라져 가는 한반도 호랑이 보호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범보전기금에 책판매를 통해 올린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1917년에서 1945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액자 구성의 이야기가 마치 호랑이의 몸통처럼 꿈틀거리며 걸어가고, 이야기가 끝이났나 싶은 순간 해방 후 우리의 슬픈 근현대사가 호랑이의 호랑이의 꼬리처럼 끝까지 힘을 빼지 않고이어진다.
내가 말했지.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 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p.23)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다산책방
사냥꾼 남경수는 집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 얼른 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싶지만, 눈이 쌓여만 가고 호랑이를 쫒으려다 그만 호랑이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고 급기야 눈덮인 산중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 이왕 죽을 것이라면 하늘을 바라보며 죽어야지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눕자 마치 달도 그를 부드러운 미소로 내려다보는 듯 하다.
허나 삶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 법. 같은 시각 일본군을 이끌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야마다 대위에게 발견이 되고, 죽음을 면한 채 일본군들과 이동하며 마을을 찾게 해준다. 이를 고맙게 여긴 야마다 대위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 답뱃값을 남겨웃에게 주게 되는데, 이 것으로 인해 남경수의 아들 남정호, 가난으로 기생집 식모로 팔려간 어린 여자아이 옥희, 기생의 둘째 딸로 태어난 연화의 운명 등이 서로 얽기고 설긴 이야기로 발전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야마다 대위는 1917년 남경수가 설려준 그 목숨이 결국 끝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호랑이 사냥꾼 남경수가 목숨을 살려준 탓일까. 일제 치하의 군인으로서 한국인들에게 감행하는 모든 일본인들의 행태에 대해 고뇌 하는 모습을 보여준 야마다는 남경수가 죽음을 받아들이며 눈 밭에 누운 그 모습 그대로 삶의 끝을 맞이한다. 남경수를 만난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이제서야 이해한다는 듯, 이제야 모든 것을 모두 알겠다고 되뇌며 그의 영혼은 마침내 평온을 찾는다.
남경수가 만든 인연의 굴레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난으로 기생집으로 팔려온 옥희는 결국 기생훈련을 받게된다. 빼어나게 아름답지 않으나 뭔가 모르게 매력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옥희는 남경수의 아들인 정호와 인연이 엇갈리게 된다. 정호와 옥히가 돌담에 올라가 창경구의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를 바라보는 장면은, 어쩌면 일제 치하에 우리가 갇힌 모습을 조망하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정호가 옥희에게 연정을 품으며 그 곁을 맴도는 이야기들은 정치적으로 혼란과는 별도 우리 인간의 마음은 평범한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애잔하다. 이런 운명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는 법인지, 이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다른 운명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일제 강점기와 독립 운동 및 그 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쓴 만들면서도 아름다운 서사와 그림이 그려지듯 써내려간 문체 덕분에 책은 단숨에 읽혀진다.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누군가는 공산당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당대의 역사적 배경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애타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도, 서늘한 심정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알아나갈 수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우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뻐할 틈 없는 계엄의 정국을 지나왔다.
분명 기쁜 일인데, 우리 국운에 낀 자욱한 안개 때문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뻐할 틈이 없었고,
어쩌면 그렇기에 김주혜작가의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 수상 소식을 함께 기뻐할 틈을 놓쳤다.
김주혜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날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과 같다.
작가는 1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까지 했다.
또한 ‘케이(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도 했다.
김주혜의 이번 책이 <Beasts of Little Land>라는 원제의 영문서적으로 출간된 것이 번역을 거쳐 우리에 소개 된 것을 생각하면 이제 번역문학이라고 하는 영역이 해외 작가의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 되거나, 우리 문학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것 뿐만이 아닌, 우리 나라 배경의 작가가 영어로 소설을 쓰고 한국어로 번역이 되는 영역까지 넓어졌다는 점을 놀랍게 바라보게 된다.
문학 작품 번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한국문학번역원( https://ltikorea.or.kr/kr/main.do )의 내용을 잘 살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