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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Feb 14. 2020

직장생활 2년 만에 우울증을 진단 받다

왜 나는 우울증에 걸렸나 



2017년 겨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취업 준비 기간은 약 8개월. 취준 때 많은 방황을 했지만, 그 방황이 무색할 만큼 지금까지 전혀 해본 적 없던 직무를 맡아 시작하게 됐다. 


다행이었던 점은 꽤나 일이 잘 맞았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좋은 선배들이 가르침을 줬고,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진짜 일'을 배우는 느낌을 받았다. 1년차 새삥 신입인 내가 거래처를 뚫고, 우리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각인시키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2018년을 보냈다. 회사의 모두가 나를 인정했다. 열심히 하고, 늘 노력하는 사람. 그게 내 이미지였다. 집에 오면 자동으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새벽잠을 줄여가며 노력했고 그렇게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2019년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받는 압박감은 대형 회사만큼 큰데, 막상 회사에서 배우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큰 회사에 가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직장이 바뀌면 내 영향력도 더 커질 거고, 거래처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바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직을 준비하기엔 현재 회사를 버리기 아까웠다. 나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월급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계속 있는 게 맞나?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만두기는 겁이 났다.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뭐 할지 정하고 퇴사해.' 근데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그렇게 갈팡질팡하다 시간이 갔다. 내가 스스로 이상함을 눈치챈 것은 2019년 가을 즈음이었다. 일이 너무 하기 싫었다. 지겹고 의욕이 나지 않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힘들었다. 억지로 출근하고 나면 컴퓨터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머리도 돌아가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아졌다. 주말에도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말수가 적어졌고,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네가 대체 뭐가 힘드냐. 직장도 잘 다니고 집에서는 누워서 게으르게 놀기만 하면서?"라고 핀잔을 줬다. 


이대로는 안돼. 이직을 준비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겠다. 책상에 앉지를 못하겠고, 글자도 눈에 안 들어오고, 집중도 안 된다.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절박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정말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기는 무서워. 이 생각이 4개월 동안 유지되니, 생각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직장 내 평판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은 심해지지만... 퍼포먼스가 이전 만큼 나오지 않아 우울감은 더 심해졌다. 


혹시 싶어 구글에 우울증 증상을 검색했다. 맨 처음 나온 기사의 제목은 '우울증 환자 80%는 혼자 해결하다 병 키워...우울증은 치료하면 좋아집니다(헬스조선/2018.2.21/이금숙,  신지호 기자) 또 다른 기사. 내가 우울증인가요? 우울증,  어떻게 진단할까? (정신의학신문 / 2020.01.05 /서화연 전문의)


기사를 읽어 보니, 아 나 우울증이 맞구나. 무기력, 불면증, 우울감. 내가 스스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야겠다.


즉시 수소문을 시작했다. 어떤 병원이 좋을까. 우선 동네 주변 병원을 탐색했다. 가장 믿을 만한 정보는 맘카페다. 맘카페에서 동일하게 추천하는 병원이 있었다. 당장 전화를 걸었다. 상담 잡아드릴까요? 네. 잡아주세요. 


그렇게 다음날 병원을 방문했다. 상담을 마친 선생님은 말했다. "잘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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