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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했다 5

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나를 찾는 시간 


아내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요가센터를 오픈할 때부터 다니고 있었다. 이전에 하던 사이클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지만 요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에서 천천히 하는 운동이다. 운동 자체의 장단점을 떠나서 나는 아내가 요가에 사이클만큼이나 관심과 열정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부부가 되기 전에 30년을 따로 살다가 이제 3년여를 만났는데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인 것 같다. 


플라잉 요가는 일반 요가에 비해서 팔의 근력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스쿼트를 할 때만큼이나 열량 소비가 많다고 한다. 아내는 매번 요가 수업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나에게 같이 다니자고 하였다. 사실 요가 수업에 오시는 수많은 여성 회원분들 사이에서 청일점으로 다니는 것이 쑥스러워서 나중으로 미루기는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어깨와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는 것만 봐도 좋은 운동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아내는 틈틈이 강사분들께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 그리고 강사로서의 삶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40대에 요가를 시작해서 유명강사가 되신 분도 알게 되었다. 운동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나이라는 부분이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내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요가를 배우면서 전문가반 향초 공방을 다니기로 하였다. 전문가반의 수강료는 부담스러웠지만 자격증 취득도 가능했기 때문에 향초 관련 일을 하려면 필요했었다.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어떤 분이 운영하시는 공방을 가느냐가 중요한 선택이었다. 아내는 많은 향초 공방 사이트를 알아보면서 좀 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시고 경험이 많으신 분을 찾아보았고 지금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아내는 여러 명의 수강생과 함께 들을 수 있는 반으로 수강 신청을 하였다. 1:1로 배우면 좀 더 많은 많은 질문을 할 수 있고 강사분도 한 명의 수강생에게 집중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 자체로는 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면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공방 동기들은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든든한 동료들이다.  


아내는 알아보고 직접 해보다가 결국 우리는 향초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간단한 의사결정 같지만 아내가 직접 전문가 수업을 듣고 실제로 그 일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수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아내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 동안 이전보다 외식도 줄이고 쇼핑도 덜 할 수밖에 없었지만 행복한 투자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기로부터 시작된 창업의 도전은 치밀한 계획을 짜고 그것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최적이겠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기 때문에 계획처럼 진행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계획을 새운다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아내가 처음에는 요가 강사 쪽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전문가 반을 듣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최종적으로는 향초를 선택한 것처럼 분명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하게 되는 일은 바뀔 수 있다. 어찌 보면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명문대학-대기업이라는 사회가 정의한 인생 트랙만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지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사회가 정의한 평범한 삶의 기준에서 벗어나서 아내는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고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열 수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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