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나라, 네버랜드

by 청년상품
‘네버랜드, 꿈과 재미가 가득한 그 세상. 상상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어렸을 때부터 난, 줄곧 피터팬을 동경해왔다.

피터팬과 함께라면 모든 이룰 수 있을 거야,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에서.

꿈을 꾸었다. 그 애를 죽이는 꿈. 살려달라 애원하던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축 늘어진 그 애 목엔, 열 개의 초승달이 새겨져 있었다. 그 초승달이 너무 눈부셔서,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아아,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어쩐지 꿈에서의 나는 등에 초록 날개가 돋아있는 듯했지만, 그런 것 따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의 나는, 날개는커녕 온통 멍투성이였으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나는 책가방을 들고 학교로 나섰다.

‘째깍째깍’ 어렴풋이 들리는 시계 소리. 시계 소리를 뚫고,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걸래 냄새 나지 않니?“

그 애 목소리다. 아무도 저 말에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애의 눈치를 보며 웃을 뿐. 그 애는 보란 듯이 내 의자를 차고 지나갔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사라져가는 시계 소리를 들었다. 시계 소리가 점차 들리지 않을 때 쯤, 나는 고개를 들고 필통에 있던 커터칼을 한번 쥐어 보았다. 드르륵, 경쾌한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별로 징징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왕따 이야기? 이제 사람들에겐 너무 흔한 얘기니까. 내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샌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주동자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아마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도 가벼운 유행이 된 요즘이라, 내 얘기쯤 또 하나의 지겨운 동정 유발 이야기로 지나갈 것이다. ‘죽고싶다.’라던가, ‘우울해.’ 같은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된 우릴 보면, 아마 우리는 삶에게 퍽 미움을 받고 있는 듯 하다. 한참을 멍하니 커터 칼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딩동댕동’ 종소리에 눈을 떴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종례는 이미 끝나 있었다. 역시 아무도 날 깨워주진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적어도 그 애에게 맞지는 않았으니까. 가방을 챙겨들고 막 일어나려던 참에,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들렸다. 그 애다. 어쩌지? 어쩌지? 도망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또 맞을 거야. 또 괴롭힘당할 거야. 숨을까? 어디로 숨어야만 하지?

“이리 와!”

어디선가 팅커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은 창밖. 작지만 오색의 빛을 내는 그 아이는, 옅은 미소를 띠고 내게 손짓하였다.

“나와 함께 네버랜드로 가는 거야. 그곳에선 무엇이든 이루어질 수 있어.”

그간 용기가 없어 그 애를 죽이는 것조차 겁을 냈던 나인데, 그 날은 어떤 용기에서인지 힘차게 팅커벨을 향해 뛰어내렸다.

기분 좋은 바람이 느껴졌다.


꿈을 꾸었다. 꿈에서의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끔찍하기도 하지. 기지개를 펴자, 등에 있던 초록 날개가 파닥거렸다. 당장이라도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곳은 네버랜드. 누구나 용기만 있다면 이곳에 올 수 있다. 상상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이곳엔, 목에 열 개의 초승달이 박혀있는 아이가 있다. 어쩐지 그 아인 늘 축 늘어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꿈과 재미가 가득한 이 곳은, 네버랜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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