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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상품 Oct 13. 2020

문학소년의 포스트 코로나 생존기

"나 땐 말이야"가 아닌, "너 땐 우리보다"


20년 전에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고치를 깨고 나와서 기회를 잡으세요."
음, 20년이 지난 오늘 그 부분을 조금 수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고치 안에 그대로 계세요!
Stay in your coccon!

 한국 사람에게 가장 유명한 미국의 mc를 뽑자면 코난 오브라이언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겸손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은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도 잘 맞았으며, 한국을 주제로 방송을 한 적도 몇 번 있어서 한국인의 관심을 꽤나 끌었다. 너튜브에서 그의 한글 자막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것만 해도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왜 인기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올해 하버드 대학교의 축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나 땐 말이야"가 아닌 "너 땐 우리보다"라는 말을 쓰는 그는, 꽤나 자주 축사를 맡았음에도 여전히 재치가 넘쳤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것이 매번 새로이 마주치는 졸업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국의 대학생인 나조차 그의 언어를 들으며, 말하는 건 코난이었지만 내 말을 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코난의 축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말을 많이 하면서도 가장 숨기는 게 많은 세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또한 그의 언어에서도 역시 2020년 최대의 화두인 코로나 19가 빠지지 않았다. 20년 전에는 고치를 깨고 나오라 했지만 오늘에 와서는 고치 안에 있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 고치 안에 갇힌 청년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혹자는 코로나가 청년들을 혼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이미 20년의 청년들은 혼자가 되고 있었다.


책장에는 독립 일기, 퇴사 일기 등의 홀로서기에 대한 책들이 꽂히고 온라인 책갈피에는 오늘의 집 같은 집 꾸미기 어플 그리고 클래스 101우주클래스같은 취미 셀렉샵들이 꽂히는 시대, 청년들은 이미 혼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으로 고치 안에 들어간 청년들은 '익숙한 홀로'를 즐기면서도 함께가 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들'을 열심히도 찾았다. 앞서 말한 서비스들이 성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화상 미팅으로라도 독서토론 모임이나 취미공유모임 등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봐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들이 열렬히 혼자가 되었다가도 같이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가장 말하는 게 많으면서도 가장 숨기는 게 많은 세대여서 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20년의 청년들은, 내적 기둥이 세워지기도 전에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올바름을 판단당했으니까. 본인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절실히 깨달았지만, 그 소중함을 지키는 방법은 깨닫지 못해 서로가 서로에게 올바름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코로나가 등장한 이후에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고 카페에 가는 것은 사치가 되었음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 것이다. 평소에는 올바름에 대한 가치 판단과 개인 자유 사이의 싸움에서 주로 후자가 웃음을 지었지만 이번만큼은 모두가 위생을 챙겨야 한다는 상호존중의 개념이 매우 우세하게 이기고 있다. 위생을 챙기지 않음으로써 누군가의 자유가 박탈당하게 되니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한강에 피크닉을 떠난 사람과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은 참 간편히도 심판대에 오르곤 했다. 

 각 개인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젠 정답이 뭔지도 모르겠다


이걸 코로나 이후의 삶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보편적 옳음을 무기로 써온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많았고, 코로나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더 많이 인터넷으로 끌어들이면서 기폭제가 됐을 뿐이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내 또래의 사람들은 이미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기꺼이 홀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쳤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우리보다 더 많은 책임을 떠안고 계신 분들이 많으니까. 우리는 오히려 선택권이 너무 많아져서 혼란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정답을 찾아야 하지만, 수많은 정답들이 정의 내려지는 시대에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 

오히려 스스로가 통제자가 되려 하고 있다.


열려 있으면서도 분리된, 카페 오제도 @조선일보


클래스 101과 베스트셀러의 트렌드, 그리고 오픈되었으면서도 분리되어 있는 공간. 

이 모든 것은 상처 받긴 싫지만 대화는 하고 싶은, 20년의 청년들이 꿈꾸는 바가 반영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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