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curricular Activity-허리케인 이야기 1
아이들의 유학을 생각하고 결정하면서 가장 일 순위에 두었던 건 '다양한 경험'이었다.
학생으로서 배움에 매진하고 학문을 연마하는 데에 힘써 노력함은 캐나다와 한국의 학생들 모두에게 매한가지라고 여겨지지만 청소년 시기에 여러 가지 경험과 활동을 학업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 한국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이곳의 교육 시스템.
'다양한'이란 단어는 참으로 주관적이어서 개개인의 성향과 목표, 상황 등등에 따라
필요와 불필요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좋은 경험이 남에게는 별 쓸데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캐나다 학교 교육의 특징은 교육과정이 개인과 사회와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학업 외 적인 것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본인만의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등 교육 과정안에 이미 여러 가지의 과목들이 개설되어있다. 즉, 각 개인이 본인 삶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교육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생과 사회와의 연결은 여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밴쿠버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이 늘 바쁘다. 어떡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꺼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되도록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활동,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그러한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캐나다에 와서 잘한 일들 중에 하나라고 지금도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Hurricanes'와의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과외 활동을 이야기할 때면 늘 내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름.
우리의 정식 명칭은 Hurricanes: Korean Youth Drum Association
2012년 10월 6일.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정말로 운이 좋게 한 '단체'에 입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2016년)로 설립된지 만 10년이 되어가는 비영리 단체.
한인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며 캐나다 사회에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것이 주목적으로 되어 있는, 이를 통해 한인 2세들에게 한국문화와 조국의 얼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창설된 한인 단체.
취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먼 이국에서 고국을 그리며 2세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잊지 않게 하고자 노력하고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분명 애잔하고 간절한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학업적인 면, 소수 민족으로서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고단함, 외로움 등등의 스트레스를 신명 나게 북을 두드리면서 어쩌면 조금은 해소할 수도 있겠구나..
매력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Community Contribution (지역 사회 기여도)을 인정,
'봉사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석 삼조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별 큰 관심이 없던 우리의 가락. 그래도 한국인의 혼은 있는지 가끔 어디서 들을 때면 사알 살 어깨를 들썩이다가도 어딘지 구슬픈 감상에 젖게 했던,
나 아닌,
우리 아이들 아닌,
전문가들이나 특별히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캐나다로 유학을 와서 한국 국악을 접하게 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한 일이란 말인가..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던 건 정말 아니었다. 하지만, 허리케인 덕분에 아이들과 내가 겪을 수 있었던, 만들 수 있었던 갖가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이게 웬 행운인가 싶으면서 소름이 돋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몇 편에 나눠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간의 수많은 이야기와 깊은 배움들에 관해..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입단 2년 차에 했던 정기공연 중 한 작품, '칠채 놀이' 영상을 올려본다. 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공연 중 하나이다.
https://docs.google.com/file/d/0B0nazh5eT-bIUWI2eTZPbVh0dnM/view?pli=1
관객석에서 볼때 앞줄 맨 왼쪽이 둘째, 역시 앞줄 맨 오른쪽이 첫째.당시 8학년, 10학년.
시간이 참...빠르기도 하다.
2016년 2월 3일 네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