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브런치 X 빅이슈
실행
신고
라이킷
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최명진
Feb 04. 2016
장애학생을 위한 계절학교를 마치며...
-늘 배우고 돌아본다...
어느덧 해를 거듭해 장애학생을 위한 계절학교가 17회에 이르렀다.
여전히 그 3주를 위해 학교 선정, 교사 모집, 학생 모집 등의 일로
분주한 겨울과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 8년 여 사이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장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그때에 비해 많이 늘었다는 것과, 처음엔 어렸던 학생들이 이젠
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
더불어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등이다.
지금까지 계절학교를 진행해오면서 올해처럼 추운 때가 있었을까 싶다.
눈이 많이 와 차량 등교시간이 늦어져 애를 태운 적은 있지만 별다른 일 없이
진행이 되었었는데 올해는 추위가 한몫을 한 것 같다.
더구나 내가 진행하는 학교는 4 개층을 이용하기에 오르내리는 것도 또한
힘이 부치는 원인이 되기도 했구...
그럼에도 계절학교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학생과 부모님이 계시기에
힘을 내 전진 전진을 한 세월이 벌써 8년이 넘은 것이다.
3주간의 시간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느끼게 하는 다이내믹함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나면 청소와 일일 평가회의를 통해
마감과 더불어 다음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3주간의 시간에 학생들이 많은 공부를 하는 것보다 많은 다양한 경험을
계절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과 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학생 교사도 학생들도 모두 그때 그때의 모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복불복의 배정과 만남이 또한 계절학교의 매력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과거엔 장애로 인한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발전이 더딘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면, 지금의 장애학생은 그만큼 교육과 치료에
경험이 많아지면서 더욱 발전하고 똑똑해졌다는 것이다.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중증, 경증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누구도 중증을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학생과 얼마큼의 라포관계를 형성해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예전엔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학생들이 또한 많아졌다.
그러면서 그들이 노출된 환경에서 배운 언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이즈음 우리가 맞는 새로운 장애학생의 현실적 문제이다.
누군가로부터 모방된 언어는 자신보다 조금 약한 상대에게 쏟아지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온 것이다.
과거엔 핸드폰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학생도 거의 없었거니와 그렇게 잘 활용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핸드폰을 소지한 학생도 많고
그를 활용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 표현하는 방법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장애가 있지만 그들도 그들 수준에서 배우고 표현하는 것이 결코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활용의 방법에 있어 유연성이 부족하다 보니 생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현실이다.
3주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하는 졸업식에 꼭 빼놓지 않고 하는 활동이 장기자랑이다.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무대에 오를 일이 많지 않은 그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참 의미롭다는 것을 늘 계절학교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쑥스러워 결정적 순간에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고,
이때를 기다려 만반의 준비를 한 학생들도 있다.
조금은 어수룩하고 부족해 보여도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내겐 감동이다.
더불어 3주를 함께 호흡한 학생 교사(특수교육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교사가 된다)의
사랑이 함께 느껴지기에 더욱 귀한 시간이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추위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고,
관심을 받고자 몸부림치는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더 많은 숙제를 얻은 시간이었다.
학교에선 존재감이 없던 학생들이 이 계절학교에 와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참 암담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문제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봐 달라는 관심의 표현이고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선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그들의 행동은 왜곡되어 문제행동으로 보이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다는 학생....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싫다는 학생...
함께 놀고 싶은데 반응하지 않는 주변의 학생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학생...
언어가 되지 않으니 온몸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고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
이들이 내가 만나는 계절학교의 학생들의 일부이다.
나는 늘 기도한다.
그들이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들이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하기를....
그리고,
장애가 있지만 장애로 인해 미운 장애인이 되지 않기를...
그들도 교육을 받을 같은 대상자로서 함께 하기를...
3주간 함께 해주신 학교 관계자, 학생 교사, 학생들, 부모님들,
운영위원들, 주임교사....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더 알찬 다음을 기약해 본다.
최명진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포토그래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세상 만나기
구독자
1,105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같은 엄마를 만나서
우리 셋 in Vancouver 4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