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는 칭찬과 소원

by 청블리쌤

아주 오래전, 중학교 은사님을 결혼 전에 아내와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었다.

어린 시절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과의 맥락을 대학 졸업 후 만난 아내와 연결해 주고 싶었다.

제자들은 보통 사귀는 사람과 함께 가다가 옛 선생님을 만나면 못 본 척 도망간다는 경험담을 자주 듣는다.

흑역사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인지, 쑥스러움 때문일지, 자신을 못 알아볼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남친과 인사를 굳이 오겠다는 제자들도 있었다. 선생님 눈으로 면접을 봐달라는 명분이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해 안 좋은 발언을 할 리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해서, 인생의 성취와도 같은 소중한 인연에 대한 축복과 응원의 말을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도 아내와 결혼 전에 은사님을 찾아뵐 때 그랬으니까.


그때 은사님께서는 아내를 향해 나에 대해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셨다.

"한결같다"

은사님은 이제까지 한결같았고, 지금도 한결같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증과 같은 확신을 아내에게 심어주셨던 거다.

제자에 대한 축복의 응원의 말씀이기도 했다.

교사의 기대와 칭찬은 제자의 삶의 목표와 동기가 된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격려로 들리기 때문이다.


은사님 같은 존경하던 선배쌤께서도 내가 20대 후반의 초임교사시절부터 날 아껴주셨는데, 나이가 들어 아저씨(?) 같아지면 아는 척도 안 할 거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한결같아야 한다는 격려의 말씀이었다.

덕분에 늘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고 그 무게를 이겨내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귀찮아지면 교사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고, 한결같이 학생들에게 헌신하시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문득 선생님이 사무치게 그립다.


누군가 방송에서 꼰대가 되는 건 체력이 떨어지고 귀찮아져서라고 했다.

귀찮음으로 학생들과 거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한결같음"은 아이들을 향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에 우리는 자주 감격해한다.

시편 136편에 그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랑이 잘 표현된다.


Give thanks to the LORD, for he is good. His love endures forever.

1절부터 26절까지 증거와 같은 묘사 이후에 His love endures forever 문장이 계속 반복해서 이어진다.

"고통을 참다"라는 의미 외에 endure의 다른 의미(Collins 사전 영영 풀이)

If something endures, it continues to exist without any loss in quality or importance.

품질이나 중요성의 손실 없이 계속 존재하다


그래서 His love endures forever는 그의 사랑이 영원하되 변함없이 지속된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우리말 성경으로 "주의 인자하심"으로 주로 해석되는 영어는 "unfailing love"다.

어떤 경우에도 실망이나 좌절이 없는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한결같음으로 언약의 성취를 매 순간 이루신다.


그 한결같음에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내게 한결같음이나 그 비슷한 모습이 있다면 출처는 그곳일 것이다.

내게서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면 그건 나의 의지와 감성에서만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내게 전해진 조건 없는 은혜와 같은 사랑이 그저 나를 통해 흘러넘치는 것일 뿐...

그리고 그 사랑의 속성은 "늘 한결같음"이다.


그럴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한결같음"은 잔잔히 빛나는 가치일 것이며, 평생의 내 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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