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사다리 놓는 수업을 시작하

by 청블리쌤

1등급을 받아야만 행복한 건 아니지만, 1등급을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학년 및 학교가 전환되는 애매한 시기에...

얼마 전 블로그에서도 홍보한 적이 있는 동구진로진학센터 주최 "1등급 만들기 프로젝트" 프로그램에서 예비 고1, 중3 학생 12명과 그 절실함을 마주했다.

아직 고등학교를 겪지 않은 학생들임에도 강제로 신청당해 참석한 듯한 두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50분씩 3시간 연강을 학생들은 절실함으로 잘 몰입해냈다.


자전거로 15분, 지하철로 15분, 걸어서 15분으로 철인 3종을 하듯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피곤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설렘이 가득했다. 수업이나 강의로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학생들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가리지 않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애초에 4일간 12시간의 수업으로 내신이든 수능이든 1등급이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모인 학생의 수준도 다양할 것인데...

센터장님은 작년, 재작년 인근 고등학교 고3 대상으로 1등급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를 초대해서 진행하셨는데, 이번에는 예비 고1 이하 학생들의 겨울방학을 더 현실적 가능성이 높은 결정적인 시기로 생각하고 추진하셨다. 그 추진의 중심에 늘 나를 지정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번 강좌의 키워드는 "1등급의 사다리"였다.

내 수업을 듣자마자 1등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이 강좌의 의미는 적어도 방향을 몰라서 헤맬 일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며, 노력만으로 닿지 않을 1등급의 길목에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선언했다.

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선택과 노력이어야 한다는 것도.

올라가는 과정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지만, 겁내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도 심어주었다.


공부 방향을 알려주고... 학생들에게 약속을 받았다. 아니 일방적인 계약 같은 것이었지만 유의미한 제스처와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본기와 습관의 자립으로 시작되는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면서...

매일 우리말 읽기와 단어 읽기를 요구했다. 빈도순 단어인 청블리 영어단어 1300개를 나눠주고 욕심나는만큼, 자기 수준에 맞는 단어 범위를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을 것을 권했다.

단어를 학습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며, 그러면 내가 문법과 구문 수업을 통해 영어 문장이 보이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소심하게 아이들의 반응을 물었다.

수업이 어려운 사람은 소심하게 두 손을, 이해가 잘 되는 사람은 소심하게 한 손을, 너무 쉬운 사람은 손을 들지 말라고 했는데 대부분 한 손을 소심하게 들어주었다.


수업하면서도 학생들이 이해하면서 따라오는 걸 느꼈지만 그 구체적인 반응으로 더 큰 희망을 품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궁금해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가 "고생 많았어. 힘들었지?" 이렇게 묻길래...


난 이렇게 대답했다.

"재미있고 행복했어."



아내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해주었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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