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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전하는 학생 상담 팁

by 청블리쌤

상담에 대한 부담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때 더 커진다.

상담으로 해줄 수 있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상담자가 해주는 말이 적을수록 효과가 더 커지기도 한다. 때로는 피상담자가 뻔한 조언이나 정답을 원한 게 아니라 그저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담의 주제나 상담자에게 기대하는 자료나 체험의 축적에 따라 피상담자의 만족도는 달라질 것이다.

법률상담하러 갔는데 경청만 해주었다고 만족할리는 없는 일이다.

교육에도 분명 그런 영역이 있다. 교사의 주관적 체험 스토리보다 연구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컨설팅과 같은.

물론 피상담자는 일반화된 이야기가 아니라 맞춤식 상담을 원할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사교육 입시, 생기부 컨설팅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전문성이 그런 상담의 전제조건이다. 전문성에 따른 신뢰도가 상담 성립의 필수조건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주의해야 할 팁들을 모아보았다.



1. 한계 인정

상담 내용에 확신이 있더라도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청에 초점을 두며, 팩트 전달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뻔한 결론에 이르더라도 결정과 선택이 유도되지 않고 피상담자가 주도했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것이 좋다. 스포일러 하지 않겠다는 인내와 끈기로 끝까지 기다려야 가능한 일이다.


내 뜻과 내 감정을 관철시키는 것이 상담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 상담 장소 주의

일대일 상담의 경우 특히 동성이 아닐 경우 상담 장소에 주의해야 한다. 순수한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되니 누구에게나 납득이 될 만한 오픈된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격려의 의미를 담은 토닥임이라도 신체 접촉에 극히 주의해야 한다. 동성 간이라도.



3. 자발적 상담 의사 존중

학생이 원하지 않는 상담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물론 너무 내향적이라서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잘 관찰해서 먼저 다가가야 할 수도 있다.



4. 기록의 필요성

꼭 필요한 의무적인 상담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 놓는다.

학교 부적응,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 민원 등에 관련해서는 의무적으로 상담을 하고 날짜별로 기록도 남겨두어 혹 있을 수 있는 사안에 대비해야 한다. 기록 자체가 교사로서 책무를 다했다는 증거가 된다.

대입은 사설업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학교 교사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특히 고입은 즉각적인 합불 여부에 따른 책임 여부를 따지는 민원 발생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선택에 대해 반드시 기록을 하고 서명을 받아둔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를 100% 보장할 수는 없지만, 불합격의 위험성을 분명히 고지했다는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5. 중립 유지

개인적인 체험이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개적인 수업 상황이 아니라도 정치적인 중립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애써야 한다.



6.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 인지

상담에 자신이 있어도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상담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교사의 경청과 위로만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으니,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학교 상담센터를 통해 외부 전문 기관에 연계하도록 한다.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부장님과 교장, 교감선생님께 상황을 공유해서 위기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7. 평소 사소한 관심의 표현

래포형성 없이 진정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 상담은 평소 관심을 표현할 기회다. 그렇게 교감이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마음이 열리기 때문에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상담하면서 마음이 열리기도 한다.



8. 스포하지 않으려는 노력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대화이자 상담이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을 존중해 주며 용기를 주는 것은 상담으로 전하는 삶에 대한 응원이다.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 답을 알려주려 조급할 필요가 없고, 답이 있다면 서둘러 스포할 필요가 없다. 실은 학생들도 답은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상담할 명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교사보다 부모일 때 스포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 어렵다. 교사이면서 부모라면 더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지 너무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상담은 기다림이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그다음 번 기회에서라도.

참고 기다려주는 것만큼 학생들은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시행착오를 겪고 둘러 가는 길이 더 확실한 성장과 배움의 길이다.



9. 희망과 절망 사이의 균형

막연한 희망을 주는 희망고문도 피해야 하지만 가능성과 기회를 빼앗는듯한 단정적인 현실 규정은 잃는 게 더 많은 상담의 역기능이다.

초라해 보이는 출발점에서 좌절하지 않게 사실을 전하고 가능한 성취의 목표를 현실적인 희망으로 전해야 한다.

학습 면에서도 공부를 마땅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결과나 성취에 관계없이 본질적인 학생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자율성의 시행착오를 편견이나 무시의 개입 없이 존중해 줘야 한다.

자존감을 세워주며, 사소한 성취를 바라보며 사소한 것에서부터 의미 부여가 될 수 있도록.

성취해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인정받은 자존감으로 성취를 이뤄간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일깨워 준다.


학생이 잘못하거나 실수했을 때도 공개적으로 야단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불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을 주고 실수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도 상담의 좋은 사례다.



10. 상담을 통한 성장과 응원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해주는 것, 상담자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것,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도, 꼰대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삶을 멀리, 큰 그림으로 보게 도와주며, 지금 쥐고 있는 퍼즐의 한 조각의 의미와 가치를 희망으로 전해주는 것, 그것도 확장된 상담의 유형이다.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의 행복 걸음을 함께 기대하고 바라보며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도.



상담은 그렇게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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