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학습 습관

'해빗(웬디 우드)'을 읽고

by 청블리쌤


15970871.jpg?type=m3&udate=20200404


(2020.5.30.)

습관이 왜 중요하고, 어떤 원리로 형성되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여 습관형성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강한 의지만으로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결단력이나 실행력으로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더 화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장될 수 없는 성취에 대한 과정 자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보상 같은 기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시작만 있습니다. 더 열정적이고 의욕적일수록 시작만 화려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늘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정말 높은 성취를 하는 학생들은 너무 애를 쓰지 않고, 심지어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습관의 힘이라고 봅니다.


작년 여름, 짧은 여름방학 중 학생들을 일주일간 불러 오전 중에 자습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방학임에도 평소처럼 일어나서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뭐 거창한 일은 아니고, 일주일 공부한다고 뭐 특별한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의도한 것은 사소해 보이는데부터 시작하는 습관형성이었고, 그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뿌듯함의 보상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편지로 격려하고 상담을 진행하며 활동을 시켰는데 많은 학생들이 수업도 아닌 그 과정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생각해 낸 모토가 이러했습니다.

“마음의 의지를 몸이 기억할 때까지!”


이 책에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이른바 의지력이라고 부르는 '의식적 자아'는 일상적 행동 패턴과 거의 관련이 없다. 그 대신 광대하고 반쯤 숨겨진 '비의식적 자아'가 작동한다. 바로 습관이다.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밴 습관은 맨 처음에는 의식적 자아로부터 보내진 신호에 의해 시작되고 조종되지만, 시간이 지나 궁극적으로는 실행제어 기능의 간섭 없이 비의식적 자아에 의해 스스로 작동하게 된다.


습관이 들 때까지는 많은 저항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습관이 들었다는 방심을 할 때 요요현상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문턱을 넘어서고 나면 너무 편안하게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집중이 안 되거든 집중이 되는 척하면서 매 순간 의식적으로 애쓰라고 시작점을 이야기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격려하면서 말이지요.


이 책에서는 습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습관은 애쓰지 않는다"라는 명제에 대해 학습은 첫 행위이며 이는 시작하는 뇌의 영역인 중뇌 전전두엽 피질에서 반응하고, 습관은 반복 행위인데 이는 반복하는 뇌의 영역인 감각운동 피질에서 반응한다고 분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과학적인 분석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의지박약이라고, 뭔가를 지속할 수가 없다고 스스로 좌절하던 우리에게 오히려 그게 당연한 일임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습관이 지배하는 삶과 아닌 삶에 대해 이렇게 대조하고 있습니다.

1590802862362.jpeg?type=w773


한 마디로 습관이 없는 삶은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삶은 포기와 좌절에 가깝습니다.


신기하게 우리는 습관이 개시되는 시점을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 자동화의 개념은 보통 한참 진행된 후에야 자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어서 처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작가는 무척 강조를 합니다.


그리고 작가가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드는 습관 설계의 법칙"으로 제시한 5단계입니다.



1단계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2단계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3단계 행동(반응)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라

4단계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신속하고 불확실하게 보상하라

5단계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



1단계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일정한 패턴을 말합니다. 동일한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학습과제가 부여되었을 때 효율이 높은 학생들은 주변 정돈이나 집중이 잘 되는 환경으로 이동하여 오히려 천천히 시작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당장 시작하는 조급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2단계 "마찰력"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한 마디로 귀찮음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스마트폰에 중독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로바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실제로 물리적인 거리를 멀리하거나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마찰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책상에서 스마트폰을 치우는 것부터 시작을 하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마찰력이 높아집니다.

집에서 공부가 잘 안되는 것은 나쁜 습관에 대한 마찰력이 낮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누울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고 영상을 보거나 통화를 하거나 뭐든 공부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요소들과의 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즈 앙 플라스’는 ‘제자리에 놓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며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들은 이 원칙을 엄격히 지켜 마찰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요리를 시작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합니다.


3단계는 어떤 행동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행위 유발 신호를 만드는 것입니다. 습관은 늘 똑같은 신호에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일정한 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사람이 마음 내킬 때 가는 사람보다는 더 오래 지속하게 된다고 합니다.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연결하는 기법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영어공부는 국어나 수학에 비해 자투리 시간 활용이 가능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어휘, 문법, 구문의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추고 나면 매일 조금씩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영어는 늘 후 순위로 밀리다 보니 늘 불안하고 찝찝하기만 할 뿐 시간을 제대로 확보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학원을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숙제를 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매일 꼭 해야 하는 수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짧은 시간에 독해 하나만 보고 수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다른 과목 공부 시작하기 전에는 국어 지문 하나를 읽고 시작해도 되고, 시간을 좀 더 쪼개어서 시간과 과목을 배분할 때 영어를 appetizer처럼 끼워 넣는 방식인 것이지요. 어차피 수학은 매일 해야 하니까 자신만의 신호로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그러면 매일 영어공부를 어디에 배치할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큰 저항감 없이 실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영어실력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도 이런 꾸준함은 결국에는 성취를 가져옵니다. 어차피 학습의 성패는 열정이 아니라 평소의 꾸준함으로 지속되는 것에 달려 있으니까요.


4단계는 보상에 대한 것인데, 습관이 형성되기까지만 필요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습관이 형성되면 보상 없이도 행동이 계속 이어집니다. 보상의 여부를 계산할 정도로 더 이상 의식적인 동작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보상도 즉각성과 불확실성이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것이지요.

보상의 경우 외적인 보상보다는 내적인 보상이 더 본질적인 방식입니다. 공부를 하고 나면 컴퓨터게임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보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더 진정성 있는 진짜 보상인 것이지요.


학습에 따른 내재적 보상의 전제조건은 너무 어렵지 않은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급함으로 다른 학생들의 속도를 의식하며 어려운 교재를 하는 것으로는 절대 내적 보상이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습 분량도 너무 과부하가 걸려도 안 됩니다. 약간의 도전의식(게임을 할 때의 성취감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게임은 지속할 수 없습니다)을 생기게 하는 분량과 수준이 핵심인 것입니다.


저학년 때 방학숙제로 늘 했던 것이 방학계획이었는데 그저 이상적이고 꿈같은 현실만 그려보다가 하루 이틀 만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기가 학력에는 독이지만 정신건강에는 이롭긴 합니다. 정말 현실적이고 요령 있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성취에 대한 기억이 학습 습관을 지속시킵니다.


학교에서 제가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을 할 때 상담을 통해 먼저 하는 일은 교재의 수준을 낮춰주는 일입니다. 그 작업 없이는 많은 학생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15년 전 처음 멘토링 시작할 때 그런 작업 없이 시작을 했다가 80명 중에 결국 한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예치금을 걸고 하게 되었습니다. 2만 원 정도 미리 받아놓고 과정을 다 수료하면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였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부모님께 연락드리고 부모님께 돌려드리도록 하고 수료하면 그 돈은 자신의 용돈이 되는 것이니 일종의 용돈세탁이라는 외적인 보상이 되었던 것이지요. 학생 중에는 예치금을 10만 원으로 올리자는 건의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대단하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예치금 없이도 학생들의 수준을 맞춰주는 학습상담코칭이 이뤄지고,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을 하니 생존율이 예치금 시절 이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담임으로서도 학생들에게 늘 찌질함에 대해 강조합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성취가 시작됩니다. 뜨거운 열정보다 미지근한 습관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5단계는 습관 형성의 핵심입니다. 바로 반복이라는 마법의 단어입니다. 동기가 무엇이든, 보상이 무엇이든 결국 어떻게든 반복만 하면 뭐든 가능합니다. 뭐든 암기할 수 있고 어떤 습관이든 형성할 수 있습니다.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찰력과 저항 등으로 인해 문턱을 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문턱을 넘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바람직한 습관은 평생의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많은 학생들이 습관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습관이 형성된 학생들과 아닌 학생들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학교의 무용성에 대해 말합니다. 실제로 온라인수업은 교사자체제작 동영상강의보다 EBS를 땡겨쓰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습관형성입니다. 등교개학을 시작한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낮에는 침대와 친구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물론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이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 건 아닙니다. 학생들마다 저항감도 다르고 마찰력도 다릅니다. 그러나 혼자의 의지로 안 될 때 주변의 친구와 선생님들이 있다는 건 또 다른 상황입니다. 온라인학습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중위권 이하의 학생들이 학습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간단하게 친구에게 물어서 해결될 문제가 그저 혼자만의 미해결과제로 쌓이게 됩니다. 상위권학생들은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서 완전학습을 성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갑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인성과 학습방향에 대한 바른 길을 제시합니다. 물론 그렇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여전히 헌신적인 교사들이 학교에 다수 존재합니다.


교사의 역할은 교사가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순간을 위해서입니다. 이 말은 교사의 코칭없이 학업과 인성과 사회생활에 대한 바른습관이 형성되는 그 순간이라고 바꿔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온라인등교학생 지도하시는 선생님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