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직전 중3 학생들 마지막 수업시간에 해주었던 이야기
주제는 평생공부(학습)에 대해서...
<평생공부의 필요성>
특성화고를 가거나 일반고를 가거나 상관없이, 대학교 가서나 졸업 이후에도 누구나 우리는 평생공부를 해야 할 운명이란다.
그 평생공부의 목적을 두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는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대입, 취업, 자격시험 등의 목적을 위한 공부도 물론 해당되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지. 뭔가 알아가면서 배움을 확장하면서 그렇게 성장하게 되는 거니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되고,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재미있어 할 수 있을 거다.
언젠가 영어 공부하기 싫은 학생이 영어를 왜 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시험성적을 위해서 공부하는 건 당연한데, 그 학생은 아마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의미를 찾지 못한 거겠지.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를 놓치고 있는 거였단다. 당장 성적이 안 나와도, 공부는 배우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는 것... 아는 만큼 보이는 거고 보이는 것만큼 재미있는 거니까... 미드를 보더라도 자막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영어의 어감을 알면서 보는 재미와 비교가 안 되는 거니까... 자신의 관심사를 검색하더라도 영어를 알면 알수록 무한대의 보물창고를 마주하게 될 거니까...
그러니까 배움의 즐거움으로 행복을 느끼고 나면 그 배움을 멈출 수가 없겠지. 그리고 그런 즐거운 배움의 과정을 지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도, 성적도 올라 있는 거 아니겠니? 그러니까 당장 성적이 안 나온다고 좌절하거나 배움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는 배려와 나눔과 공감을 위한 거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양한 공부를 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대학가서도 전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양과목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란다. 교양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니? 자기고집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 그게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일 수도 있단다. 더불어 행복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니까.
<공부는 학습이다>
공부는 ‘학습’으로 이뤄진다. 학은 배우는 것이고 습은 스스로 익히는 것이지.
학의 출발점은 겸손이란다. 건방 떨지 않고 누구에게도 어떤 내용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겸손한 자세로 우린 매 순간 배움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이제까지 만났던 학생 중에 가장 겸손한 배움의 자세를 보였던 학생은 역설적이게도 서울대 의대를 진학한 학생이었단다. 그 학생이 고1 때, 뭘 더 배울 게 있는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몰입하던 그 눈빛을 그 성장의 과정을 난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교 가서 여러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만남의 폭은 크지 않다. 담임 선생님도, 반 학생들도, 심지어 교과선생님도 여러분들이 선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여러분들이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런 수업에도 참여해야 하지. 그러나 겸손한 사람은 호불호에 관계없이, 수업 수준에 상관없이 매 순간 배움의 가능성에 집중한단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딴 이야기나 농담조차 받아 적을 마음의 자세도 되어 있다. 이런 마음의 자세는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역시 역설적이게도 배움의 체험이 축적될수록 더 겸손해지기도 하기 때문이지.
sophomore라는 말은 2학년이라는 의미다. 어원을 보면 soph는 지혜라는 의미다. philosophy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해서 철학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거지. more는 fool이라는 의미란다. moron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나왔어. 의미는 멍청이, 얼간이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1학년 과정을 지나면 자신이 뭔가를 제대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거란다.
sophomore jinx(sophomore slump)라는 말이 있지. 첫해에 성공한 선수나 예술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둘째 해에는 부진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미 성공으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뭔가 성취했다는 자만심에도 그 원인이 있을 거다.
두 번째 습의 출발점은 습관이란다. 많은 학생들이 습관형성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습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실패감이나 좌절감, 느린 속도 등으로 인해 두려움이 앞서서 학에 치중하게 되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수업 듣고(학), 학원 가서 또 수업 듣고(학), 욕심이 더 나면 인강을 듣는(학) 거란다. 물론 학은 배움의 필수 요소이긴 하다. 그렇게 애쓰는 노력 자체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습이 없는 학만으로는 완전한 배움에 이르지 못한단다. 연주 영상을 열심히 본다고 해서 당장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혼자서 악기를 연습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제대로 된 연주로 이어지는 것이지. 당연히 그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습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건 완성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은 거란다. 완성만 추구하다 보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학을 통해 완성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지. 적어도 선생님이 문제를 풀거나 해석을 하는 완성된 모습을 자신이 하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는 거지. 그러고 있다가 시험 칠 때 그게 아님을 알게 되면 나름 (학을) 열심히 했는데 보상받지 못한 좌절감이 더 커지는 거지.
그래서 늘 시작은 초라하고 찌질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분량으로 조금씩이라도 매일 할 수 있도록 해보는 거고, 혼자서 하는 서투름과 느린 속도와 버벅거림을 인정하며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란다.
특히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시간은 본게임 하기 전, 본 연주를 하기 전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고등학교 진도를 따라가면서 행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지. 1등급을 바라보고 노력하는 목표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건 배움의 즐거움, 알아가는 즐거움, 결국 행복배움이어야 한단다.
<고등학교 공부의 의미>
고등학교부터는 준비도에 따라(이걸 소위 선행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기도 하지) 나의 노력이 당장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그게 높은 수준의 고등학교라면 그런 현상이 더 심화되는 거구. 그리고 암기만으로도 절대평가 체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던 중학교와는 다른 지식체계와 숙성에 요구되는 시간의 길이를 고려해야 한단다. 학습에서 암기를 피할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는 암기의 한계를 넘어서 진짜 이해하는 공부로 발전해야 그 이후의 공부를 감당하게 될 수도 있는 거구.
<방학 시간의 중요성>
방학의 시간은 학기중의 진도를 따라가며(진도를 따라간다는 것은 암기가 아닌 이해의 수준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임) 행복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습관형성에 애쓰는 거란다.
코로나라는 상수 같은 변수가 있지만, 어쨌거나 학교생활을 하는 것 자체는 습관형성에 무조건 도움이 된단다. 적어도 학교 갈지 말지를 고민하지는 않으니까. 수업시간에 멍 때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수업시간에 참여할지를 고민하지도 않으니까.. 학교에서 야자를 한다면 자습할지를 망설일 이유도 없고...
그러나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공부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까 너무 어려운 거란다. 심지어 방학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도 의미 부여가 안 되기도 하겠지.
그래서 방학 시간에 매번 의지나 다짐대로 안 되어 넘어지더라도 한 번이라도 마음먹은 일을 해보도록 애쓰는 노력이 필요하단다.
결국 습관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하기로 선택하는 마음의 의지를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으로 서서히 형성되는 거란다.
그러니까 방학은 기본기와 습관을 위한 중요한 기회인 거란다.
<기본기를 위한 학습 팁>
국어는 고1 기출문제 읽고 요약하는 등의 독서활동, 문학 분야 기출문제 풀기, 그리고 가능하다면 문법개념정리가 필요하단다. EBS 나비효과 등의 강좌가 도움 될 거다.
국어 독서의 경우 모든 공부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공부력이고, 사회, 과학 등의 공부 체험이 직접 관련이 되므로 고등학교 교과서를 받았다면 책 읽듯이 매일 일정 분량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경우에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쭉 읽어가면 된다. 어차피 진도 나가면서 배우게 될 테니... 단, 지금 헤매면 진도 나갈 때 덜 헤매게 되겠지. 정말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면 EBS 예비 고1 통합사회, 통합과학 강좌를 해당부분만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결국 진도나가기 전 하는 공부는 익숙함을 위한 거다. 적어도 처음 대하는 낯설음을 최소화시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거지.
수학의 경우 당장 진도를 나가게 되는 부분에 깊이를 더하고, 여유가 되면 2학기 배울 것도 조금씩 구경해두면 좋다. 2학기 직전 여름방학이 너무 짧으니까... 그리고 중학교 3학년 2학기 도형부분은 입학 전 정리하면 더 좋고... 남들의 속도에 신경쓰지 마라. 그들이 제대로 하는지 그들 본인도 모르고 있단다. 그저 속도에 위안을 얻는 이들이 더 많기도 하고. 어차피 흉내낼 이유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속도보다 왜 그런지를 따져보는 깊이에 더 신경을 쓰렴.
어떤 공부든 'Why?"라는 질문이 너의 배움의 과정을 암기가 아닌 이해의 방향으로 이끄는 건 물론 배움의 깊이까지 더해줄 거다.
영어는 제발 연주만 하는 일이 없도록.. 모의고사만 풀면서 답을 어떻게 맞힐지를 고민하지 말고, 정확한 해석을 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늘 강조했지만, 단어는 자기 수준에 맞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익숙함의 정도를 높이면 된다. 그리고 구문독해를 하면서 내가 제시한 백일문 구문독해나, 시중에 나와 있는 천일문 등의 교재로 문장을 분석하는 연습을 하는 거란다. 그래서 모든 단어의 의미와 역할이 다 납득이 되어야 정확한 해석의 기본기를 갖추게 되고 고등학교 서술형 대비도 될 거란다. 단어와 문법과 구문해석 등의 영어의 기본기는 고등학교 진학해서도 내 블로그를 참고하면 좋겠구나.
<마지막 당부>
공부하여 성적 올리는 것만이 이후 여러분들의 유일한 과제나 목표가 아니다. 그럴 거면 학교를 안 가도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그럼에도 대부분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더 이상 내가 따라다니면서 코칭 해주지 못하겠지만, 끝없는 배움의 즐거움으로 인한 성장과 더불어 사는 행복을 계속 응원할게.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