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 학생이 그려 준 초상화

by 청블리쌤

지금 내가 블로그 배경화면과 프사로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는 내 왕팬을 자처했던 학생이 그려주었던 15년도 더 지난 내 젊은 날의 모습이지만, 팬심이 담긴 과장되고 미화된 그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ㅠㅠ

<세월의 흐름을 부정하며 지금도 사용 중인 프사>


졸업을 앞두고 반 학생 한 명에게 편지와 초상화를 선물 받았다. 정성스럽게 그린 꽃그림 한 점도 함께...

편지에는 1년간의 고마움의 마음과 정겨운 추억과 축복을 빌어주는 내용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학생이 그려 준 나의 초상화를 보고 주변 선생님들의 검증을 받았다. 사실적이기도 하지만 그림 솜씨에 대한 칭찬을 듣고는 내가 다 뿌듯해졌다.



<세월의 흔적을 다 잡아 둔 사실적 그림>


한참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이건 쫌 너무 사실적이었다. 이전의 캐릭터와 비교해 봐도 세월을 얻어맞은 흔적을 굳이 숨기지 않아서 사실적이었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또 사실적이었다. 결국 난 학생들이 혹시라도 기억을 해준다면 마스크를 쓴 이 모습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고 나서 마스크를 벗고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면, 나도 학생들도 마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복면을 쓰고 마주쳤던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려던 김태리와 이병헌이 손으로 눈 아래를 일부러 가리면서 서로를 알아보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손으로 가려야 서로를 알아보는 드라마 같은 현실


아직 학교 나올 날이 며칠 남아있지만 학생의 편지와 그림 선물은 많은 생각 속에 잠기게 했다.

학교에 남겨진 내가 여전히 마스크에 가려져도 숨길 수 없었다고 학생이 느꼈던 밝은 미소로 후배들에게 여전히 행복을 전해주기를 그 학생은 응원하고 있었다.

당분간은 이 학교에서 몇 년 더 머물겠지만, 아이들은 그 짧은 시간 속에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과 추억을 만들었던 거였다.


늘 마지막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난 후회를 남기지 않을 만큼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 걸음에 대한 마음의 응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달라진 건 세월을 넘어설 수 없는 나의 나이와 외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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