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담임을 고집했던 이유

대구 고등문 국어학원 응원

by 청블리쌤

그동안 공교육 교사가 사교육 시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해왔다. 특히 EBS 초기에 전국적 인지도를 얻게 된 영향력 있는 교사들이 메이저 인강 시장으로 옮겨갔던 사태를 보며 나랑 직접 상관도 없으면서 배신감 비슷한 감정까지 느꼈었다.


그런데 최근 아직 공교육 무대에서 여전히 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경 받는 훌륭한 교사라서 끝까지 공교육에 머물기를 바라면서도, 공교육을 떠나 사교육을 시작하는 힘찬 발걸음을 끝까지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분이 생겼다.


정년퇴임까지 남아 있는 연수를 세어 볼 이유조차 없던 젊은 교사 시절에는 그저 영원히 공교육에 머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의지하며 오만한 나날을 보냈다.

나이가 들수록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지금 생각으로는 퇴직 후에도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까지 들긴 하지만 현실의 벽은 점점 더 높게 느껴진다.

정년퇴직까지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주어지겠지만, 학생들이 내 수업을 좋아해 주며 내게 신뢰를 여전히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저 주어진 상황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면서 흘러가지 않고 자신만의 사연과 이유로 다른 기회를 스스로 개척하여 소신을 펼칠 교육의 무대로 나아가는 선배 교사의 결단과 용기에 감탄하며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교실을 가득 채워주는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안정적이지 않은 자리로 나아가기까지, 강한 추진력과 기획력 외에도 전문성과 교과지도 실력은 물론 학생들을 감동시키며 진심을 전하며 유의미한 변화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기 객관화에서 나오는 자신감의 발현이라 믿기 때문에, 그 모든 자신감이 공교육 현장에서 삶으로 증명했다는 것을 나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혹 초반의 부침은 좀 있더라고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교직에서 난 수많은 훌륭한 교사들을 마주할 영광을 얻었다. 그중 내가 응원하는 그 선배 교사는 내 교직경력에서 특별하고 강렬한 의미였다.


대구 수성구 중심지에서도 사교육에 맞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발휘했던 분이 이제는 그 수성구 중심지에서 사교육을 이끄는 현실이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가슴속에 긍정적인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 증명하거나 상업적 목적을 앞세우기 위해 진정한 학생의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불의한 것이나 편법이나 얄팍한 술수 등에 타협하지 않을 선생님이라는 것을 삶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다.


츤데레라는 말은 이런 분을 묘사하기 위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첫인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그 교육적 영향력으로 크게 변화되었다. 심지어 동료 교사인 나의 마음도 많이 움직였다.


학년부장을 하시면서 학생들을 위한 활동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존중하고 나를 변함없이 지지했다. 학교나 학년 회식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나를 나무라거나 탓하지도 않았다. 동학년 남자 교사들의 저녁 회식을 단 한 번, 밤 9시까지 함께 했을 뿐인데 자리를 함께해 주어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로 감동까지 주었다.


동학년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진심을 다하는 방법도 배웠다.


난 학년 교사들과 친화력이나 사교성 있게 잘 지내지 못하는 교사임에도 2학년 진급할 때 내게 2학년을 함께 하자고 권했고, 그럼에도 고등학교 1학년 교과교사로서 더 큰 역할을 해야겠다는 내 선택까지 존중해 주셨다. 3학년 진급할 때 다시 한번 동학년을 제의했지만, 이번엔 병휴직까지 고려해야 할 나의 건강 상태로 인해 함께 하기 힘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아쉬워서 선생님 앞에서 오열하면서도 받았던 따뜻한 위로의 기억도 생생하다.


나의 교육일기와 한 부분을 공유하는 분의 이야기라서 소개하였지만, 학원 홍보가 전혀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리그는 달라졌지만 그저 공교육에서 발휘했던 영향력을 이어가면서 훌륭한 역할을 변함없이 해내시리라는 기대감을 담아 격렬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선배 교사의 고등문 국어 학원 블로그 중 선생님이 학교에서 가르쳤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역을 열연한 배우 박지후에 대한 포스팅을 하나 공유하려 한다. 그 외 교육적 통찰력이 빛나는 개인 칼럼도 읽어보시길...


https://blog.naver.com/ckdxotoa/222643398423


아래 글은 위에서 언급한 2학년 담임을 함께 하자는 제안에 대해 고심 끝에 드린 편지


부장 선생님께 감사를 담아 드리는 제가 1학년에 남아야 하는 이유


1. 제가 편한 자리보다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

다년간 입시지도와 입시 교과지도를 하면서 느낀 경험으로 가장 큰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1학년 학생들을 방치할 수 없는 사명감을 느낌.

간절함은 있지만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은 현실 앞에 작아져 버린 고학년에 비해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은 가장 크지만 간절함을 갖추지 못한 1학년들에게 간절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 후회 없이 이 학생들에게 제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방전되고 있는 중.


그러나 2학년, 3학년 올라갈수록 저의 역할이 적어짐.

얼마 전 1학년 멘토링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멘토링의 궁극적 목적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니 2학년 되어서 나에게 기댈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선언하였음. 아이들도 받아들임.

결국 학생들이 교사를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교육의 목적인 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2,3학년 따라가면서 나의 역할에 대한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고 싶지는 않음.


2.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무력감

온 정성과 힘을 다 쏟아서 학생들을 지도하였고 더 이상 보여줄 새로운 방향도 특별한 계기도 없을 듯한 무력감에 대해 드린 말씀은 거짓이 아님. 저는 학생들의 보조바퀴였고 이젠 학생들이 적어도 저의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이 당장의 섭섭함을 넘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함.

거기다 영어는 교과의 특성상 같은 선생님한테 계속 지도 받는 것보다 새로운 선생님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해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데다가 2학년을 원하시는 강력한 카리스마 김**쌤, 따뜻한 정**쌤 등의 완벽한 조합이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큰 자극과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함.


3. 학생들에 대한 통제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카리스마가 없다는 기본적인 열등감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다는 것이 연속으로 한 번도 아이들을 따라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였음. 특히 올해도 변함없이 담임으로서 역할은 최후의 카드까지 다 써버리고 위태하게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1년 이상의 연속적인 지도는 불가능한 상황임. 더구나 아이들이 저의 성향을 속속들이 알아버렸고 이미 더 이상 순진하게 눈치 보는 신입생이 아닌 2학년이라면 저의 페르소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통제의 밑천이 드러나는 상황일 될 것임이 명약관화임.


4. 다만 아쉬운 건...

교사 간의 친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몸도 부실하고 소심하고 자기 고집에 사로잡혀 있는 저를 인정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는 부장 선생님...


5. 그러나

제가 교사가 된 이유는 저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일이며 그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며 부실한 체력을 극복하며 기꺼운 기쁨으로 버티고 있음.

지금도 갈수록 통제력을 상실하고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내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버티지 못할지도 모름. 3학년 하면서 늘 느낀 것은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무력감이었으며 수능까지의 절박한 시간제한으로 교과지도 등에서도 학생들을 소신껏 이끌어가기도 힘들다는 것이었음. 2학년은 3학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중간 이상의 단계라는 것은 이제껏 단 한 번의 2학년 담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음.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부장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아님을 이해해 주셨으면...


매년 제 기도 제목은 제가 필요한 학생들이 아니라 저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사대부고에 비해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결핍을 잘 찾지 못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에 첫해 많이 힘들었으나 그래도 올 한 해는 부장 선생님의 배려와 학생들의 간절함으로 의미 있고 감사한 한 해였음을...


6.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니냐는

방어적 염세주의자인 저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스스로 힘들게 하는 스타일인데 남들은 괜찮아할 만한 일도 제게는 충분히 괜찮지가 않음. 그 정도면 담임 잘한다는 위로나 그 정도면 영어지도 잘하고 있다는 위안 등으로 충분히 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성향임. 만족 못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력감 등으로 나타나며 담임이나 교과지도 등에서도 방어적으로 소심해지면서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며 힘들게 헤맬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의 이런 반응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제게는 “까짓 거 그냥 하면 되지..”라는 마음을 절대로 가질 수 없음을 이해주셨으면...


내년의 진로와 관계없이 그동안 부족한 저를 이해해 주시고 소신껏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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