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지부조화가 원인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서 조화로운 지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조화가 무너질 때 심리적 불안감을 겪고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합니다.
특히 고3이 되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기대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과 의지와 끈기와 인내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집중력도 저하되고, 공부하기도 싫어지는 상태를 자주 맞이하게 되면서 인지부조화 과정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냥 공부 안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하기 때문에 공부 안 해도 될 핑계나 합리화시킬 구실을 찾아야만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2. 공부 안 할 핑계나 구실을 몇 가지
1) 수시준비
가장 애용되는 건 수시원서를 쓰기 위한 고민과 자기소개서 쓰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일을 하면서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것이 당연해집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고민의 시간과 자기소개서 쓰는 시간을 학습계획에 포함시켜 일정 시간을 할당하고 수능 공부를 하라고 조언을 합니다. 마감 며칠 전에 쓴 자소서나 두 달 전에 시작한 자소서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모의고사 성적
모의고사 성적도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기분 좋아서 안심이 되어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안 좋으면 기분 나빠서 해도 안 될 것 같다며 공부 안 하고, 성적이 그대로 유지되면 공부했는데도 변화가 없다고 공부 안 하게 됩니다.
모의고사 성적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모의고사는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내어 보완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용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9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시와 정시의 균형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수능성적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는 점수입니다.
3) 주변 환경
주변의 불편한 환경이 구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 애들이 너무 시끄럽고, 자습분위기가 안 잡히고, 선생님 수업이 어떻고 하는 등의 끝없는 핑계들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들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안 하니까 이런 주변적인 것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어차피 수능장에 가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변수를 맞이합니다. 재채기 소리, 기침소리, 따각 따각 샤프가 책상에 부딪히며 나는 문제 푸는 소리, 주변의 다리 떠는 소리 등의 사소한 자극에도 멘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자극은 훈련의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듣기도 이어폰으로 들으면 안 되고 어느 정도 소음이 전제가 된 외부음으로 듣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4)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애착
너무 애틋한 우정과 사랑이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수능 끝나고 그동안 못 했던 거 다 한다는 포부는 수능 끝난 무력감에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못하는 건 수능 끝나고도 못합니다. 단 수능 전에는 공부 아니면 뭐든 다 재미있고 감동입니다. 수능 끝나면 드라마도 재미없지만 수능 전에는 뉴스조차 재미있습니다. 친구의 고민을 외면할 수 없으니 돌아가면서 고민을 들어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기회의 따뜻한 이성의 미소 하나로도 사랑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감정이 수능 끝나고도 유효할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5) 건강
건강이 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간절히 공부 안 하고 싶으면 몸이 실제로 아프기도 합니다. 주로 신경성이라고 하는 병들입니다.
3.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물론 이 모든 구실을 이겨내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마음으로는 아는 이야기입니다. 단,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신의 목표와 기대에 맞게 현실을 맞추려는 노력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특히 수능 시험은 실력만으로 치는 게 아닙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대한 반응과 멘탈관리를 포함한 자기관리와 공부하기 싫은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총체적인 테스트입니다.
그래서 고3 학생들은 공부를 생각보다 열심히 안 하기 때문에 끝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끝까지 기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순간에 예외 없이 집중도 잘 되고 공부도 잘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슬럼프에 잘 빠지지 않습니다. 수험생활은 공부가 잘되니까 하고 안 되니까 안 하는 것이 아니라(이런 걸 따지는 것 자체가 공부하기 싫은 이유를 찾는 과정입니다) 그냥 해야 되니까 하는 겁니다. 단, 자신이 감당할 수준에서 잠과 휴식과 충전의 활동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고문하듯이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하는 공부는 자기 위안일 뿐 실제 효율은 떨어지니 조급해하지는 말아야 하지만, 발걸음을 멈춰 서서는 안 됩니다. 특히 결승선이 가까워졌을 때는 더 그러합니다.
1, 2학년은 당연히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공부 안 할 이유를 찾습니다. 그러면서 더 큰 가능성과 희망을 하나씩 하나씩 버려두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이런 상황 등을 꼬집어서 말해줄 수는 있지만 결국은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습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