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를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마케팅정신"
사교육은 상업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수업을 듣는 학생의 마음을 얻어야 내야 한다. 물론 대개 제시된 수준에 맞는 학생들이 최대한 동질 집단으로 모여 수업의 효율이 높아지는 사교육의 시스템과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공교육에서는 마케팅 같은 과정이 무시된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에 와 있고, 수업을 선택하지도 않았는데도 혹 심지어 학생들의 수준과 필요에 무관심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수업이 늘 보장된다.
시스템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풍토와 문화에 직결되는 중요한 출발점이긴 하지만 그 변화가 더디므로, 공교육에서도 우선적으로 시스템의 변화 정도와 관계없이 교사 개개인의 개인 수업과 학생 지도 등에 대한 개인 브랜드의 차별화와 그에 따른 마케팅 정신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수익을 고려한 상업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말이다.
'그놈의 마케팅'이라는 자칭 가장 세속적인 일을 하는 마케터의 자유분방한 책을 보았다. 그냥 편안하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 같지 않은데 뭔가에 감을 잡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그중 교사의 입장에서 영감을 얻은 두 가지 구절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1. 마케터라면 영업 대신 구애를!
설명하기보다는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자 한다. 영업이 아닌 구애를 한다. 만약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신이 사랑을 시작할 때 무엇을 했는지 잠깐 떠올려 보자.
-그(녀)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달려가지 않았던가?
-그(녀)의 이상형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듣고 좋아할 이야깃거리를 틈틈이 찾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지 않았던가?
교사도 학생들을 사무적으로 대해서는 안 되고, 수요자의 요구와 필요를 무시한 나만의 수업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니 위의 내용 중 좀 오버스러운 면이 있지만 교사 버전으로 좀 바꾸어 보면...
-학생들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교실에 달려가지 않았던가?
-학생들의 롤모델의 역할을 감당하려 노력하지 않았던가?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과 돈을 아끼지 않았던가?
-학생들이 듣고 좋아할 이야깃거리를 틈틈이 찾아 수업 시간에 이야기해주려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길 바라지 않았던가?
2. 좋은 마케터의 비결
평소 마케팅계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을 ‘반복’해서 읽는다.
교사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맨날 똑같은 걸 가르쳐서 지겹다고 말하는 교사는 노력을 멈췄다는 일종의 양심선언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러티브가 훌륭한 텍스트나 영상을 항상 가까이한다.
작가는 개연성에 있어 빈틈없이 촘촘한 '미드'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런 작품 속에서 캐릭터들을 접하다 보면 자신과 성향이 다르거나 생각의 틀이 다른 사람의 감정마저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고 결국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경험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마케터의 본질을 이렇게 묘사한다.
마케터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게끔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영혼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 교사의 본질은 이보다 어찌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그들의 이해로부터 나오는 공감과 진심으로 인한 그들의 삶의 변화, 그리고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고 지켜주는 일이 교사의 역할인데 정작 그들의 필요와 요구와 수준과 준비도와 마음의 상태 등에 대한 몰이해와 교사 자신의 자존심과 고집으로 일방적으로 이끌어 가려 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역행하는 일일 거라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든다.
다양한 분야의 마케터들을 만난다.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과 자신이 만나는 학생들의 영향력에서 다른 교사를 배제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간섭받기 싫어하며 자신의 방식이 언제나 옳다는 자부심으로 동력을 얻는 경우가 많은 것인데 경력이 쌓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해져 위험하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젊은 교사들도 배우려 들지 않는다. 나이 든 교사의 조언을 꼰대짓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책과 영상 등을 통한 간접 체험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실은 직접 대면하는 만남의 영향력에 비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동료 교사들끼리 수업을 오픈하고 서로 배워가는 자세가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이롭다. 교직생활하면서 후배인 나의 방법에 귀 기울여주시고 오히려 배우려 하시는 겸손한 선배 교사들이 존경스러운 적이 많았다. 그런 선생님들의 특징은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과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늘 애쓰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런 영향력을 생각하면 여러 개선점이 산재해 있고 시스템적인 오류도 많지만 아직 공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