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입장 되어 보기

by 청블리쌤


탈무드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 소경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을 볼 수 없음에도 밤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자신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지요.


늦은 밤 퇴근길에 학교 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가다가 가로등 불이 없는 지점에서 자전거와 행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치는 의외로 짧은 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느낌이었고 자동차의 속도를 고려했을 때 긴장하여 충분히 주의하지 못하면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운전석 옆에 앉아 보니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아찔한 순간을 맞을 때 운전자를 탓했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차가 보이니까 당연히 차에서도 저의 자전거가 보일 거라고 단정짓고 운전자의 부주의에 대해서 비판을 했던 것이지요.


운전하는 선생님이 제게 그러니까 자전거 앞뒤에 라이트를 달아야 한다고 강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제게 자전거 라이트 세트를 선물까지 하였습니다. 마치 제게는 생명등과 같은 느낌이 들어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지요.


자전거 라이트는 제 입장에서 앞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그럴 거면 당연히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전거 뒤에 다는 빨간 등은 간지 나게 하는 아이템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 입장이 되어보니 등 없는 자전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의 자리와 입장에서 상대방을 판단합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이해하려고도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고집할 수 있는 이유가 되니 의도적으로 외면하는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라는 책에서 공감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내가 직장 일에만 열심인 남편에게 일과 자신 중에 무엇을 선택할 거냐고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은 그 상황에서 일이 아닌 아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진정한 공감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당신이 이런 말을 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 더 잘할게.”


증상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 원인까지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위로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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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면서, 집에서 딸들을 대하면서 늘 남의 입장이 되어보는 도전에 직면합니다. 강제로라도 그런 입장이 되려고 애쓰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납득이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늘 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 내 입장만 강요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관계가 다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내 입장에서의 정당성만 주장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합니다. 저는 꼰대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셈입니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젊은 남녀가 서로 포옹을 하며 서 있자, 한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어디서 서로 끌어안고 지*이고! 빨리 안 떨어지나? 너희들 눈에는 어른이 안 보이나?” 이런 정도의 말을 반복적으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도록 큰 소리를 치셨습니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축하의 마음으로 그들을 격려할 마음은 저도 없습니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에 위아래 계단에 서서 가볍게 포옹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역시 공공장소에서 어른도 몰라보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그분의 호통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으로 박수를 보낼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호통을 치는 분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자신의 말이 묵살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방어하면서 상대방을 몰아붙인다는 것입니다. 혹 그런 경우 더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사람을 만나서 충돌할 때 폭력 사건으로 폭발하는 경우를 뉴스에서 한 번씩 보게 되지요.


이런 갈등과 혼란의 상황에서 그 누구도 100% 옳지는 않습니다. 실수도 하고 잘못을 하면서 배워가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불편한 감정에 대한 분풀이나 자신의 권위나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으로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보다, 그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의 조언을 하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책임이겠지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누구도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정당성을 강요하는 일은 없도록 하기 위해 그 순간 가장 필요한 미덕은 역시 기다림과 인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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