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4. 8.)치열한 경쟁을 예감하고 많이 두려워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꽃이 있던 화려한 자리에 푸른 뭔가가 돋아나네요. 그런데 화려함의 다음이라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그것도 다 거쳐야 하고 겪어 내야 하는 과정일 뿐인데...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길들여진 우리는 그 외의 과정을 안타깝게만 지켜볼 뿐이네요.
햇살이 밝아서 이별조차 견딜만하다는 박진영의 <대낮에 한 이별>이라는 노래가 요즈음 제 마음을 울립니다. 그게 오히려 괜찮지 않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견딜 수 있는 괜찮은 이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별은 그냥 아파야하지요.(그래서 여러분과 헤어져있을 내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벌써 전 마음이 아픕니다.)
화려한 꽃이 져버린 그건 초라함이어야 하지요. 이렇게 아픈데 햇살이 여전히 밝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쓰린 고통이겠지요.
괜찮은 척 애쓰지 맙시다. 아픔은 그대로 남겨두어야 아픈 후에 찾아올 개화가 아름답고 화려한 것이겠지요.
어제 2학년 학생들이 제게 상담하러 와서 힘들다고 울면서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더 잘하고 싶을수록 제대로 할수록 더 아프고 답답하기까지 한 것이지요.
여러분들에게 아픔이 있다면 그게 희망입니다. 희망을 품지 않은 사람은 아파할 이유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위로하였습니다. 그게 희망의 신호라고... 그러나 빨리 아픔을 거두려고 억지로 애쓰지 말라고... 아픔을 잊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본질을 벗어나 도망치듯 살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더 큰 아픔을 안고 돌아오게 되겠지만요.
그저 그 과정 중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 그렇게 치열하게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에만 충실하면 의도하지도 의식하지도 않은 그 순간에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가 올 것이라고요.
여러분 앞에 거대한 산이 이제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아픔으로 여기지 않으려고 애썼던 배치고사, 모의고사의 핑계로 통하지 않는 그 실체를 여러분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바라보고 있겠지요.
아픔을 각오하고 맞섭시다. 아픔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도 아픔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픈 만큼의 희망은 늘 공존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여러분들과의 만남, 그 순간부터 여러분들에 대한 사랑으로 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 그 누구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만 다합시다.
여러분들과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여러분들의 지금의 위치와 관계없이 결국 도달점으로 여러분들의 모든 것을 증명해낼 여러분들 모두에게 끊임없는 믿음과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2016년 벌써 떨어져버린 꽃잎을 기억하며 고등학생으로서 큰 걸음을 내딛는 여러분들의 담임쌤이...
다른 버전의 편지
- 치열한 긴장감보다 막연하게라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http://englishsnack.pe.kr/2210594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