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시간 낭비(?)

by 청블리쌤

어린 왕자에 이렇게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It is the time you have wasted for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장미를 그렇게 중요하게 만든 건 네가 장미에 대해 쏟은 시간 때문이야.


사랑의 깊이와 시간은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지도 않으면서 너무 쉽게 사랑하려는 건 아닌지..


You become responsible, forever, for what you have tamed. You are responsible for your rose.

넌 영원히 책임이 있어.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넌 네 장미에 책임이 있는 거야.


사랑은 배워야 할 감정이랍니다. 감정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거지요. 진정한 사랑은 감정과 책임이 뒤따릅니다.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에라든지 긴 시간 동안 힘든 과정을 겪고 있을 때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 사람을 찾아가 주면..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게 힘이 됩니다. 찾아간 노력도 노력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시간을 그를 위해 아낌없이 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사실 부조금만 전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교사를 하면서 느끼는 건..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한 시간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겁니다. 불러다가 상담을 해 줄 때 그 한마디에 학생들은 감동을 받고 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내용을 수업하더라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여러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을 투자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언젠가 잡지에서 한 소설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소설을 쓰다가 막히면 막힌 한 구절을 위해서 전집을 읽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가리켜 우리는 프로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그걸 읽는 독자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죠.


제가 고등학교 때 잊지 못할 선생님이 계십니다. 고1 담임선생님이셨는데..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이... 아무것도 메모되지 않은 교과서를 보여주면서.. 난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도 가르칠 수 있다. 봐라!..


그 순간 그 선생님이 정말 실력 있고 많이 안다는 것에 감탄하는 게 아니라, 어쩜 저럴 수가 있을까. 교사는 많은 학생들 앞에 서 무대에 선 배우인데.. 우리를 위해 그렇게 시간을 쓰지 않고, 그런 노력 없이 우리를 가르치려 하다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그 선생님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많이 안다는 인정보다는 열심히 노력한다는 말을 듣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거죠. 많이 안다고 꼭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니까요.



어느 유명한 강사가 남 앞에 서서 1시간 이야기하기 위해선 10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사는 그래서 늘 새로운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구는 맨날 똑같은 걸 가르치는 게 지겹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애들이 맨날 다르고 들어가는 반이 다 다른데, 어떻게 가르치는 게 똑같고 그 내용이 똑같습니까. 시대도 달라지고.. 기본 내용은 같지만, 최소한 그 방법은 달라지는 거죠. 애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자료들을 준비하는 일은 애들이 달라지고, 시대가 변하는 만큼 늘 새롭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가장 큰 자질은 많이 아는데 있다기보다는, 학생들을 많이 사랑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사로서 삶으로 교재 연구하기를 늘 다짐합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제 눈을 통해서도 보고 제 귀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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