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목적이 없으면 삽질입니다. 인간은 목적 없는 삽질을 견디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게임에 빠지는 것은 단계 상승이라는 숭고한 목적이 있어서 가능한 겁니다.
여러분들의 생활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미 없이 좀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뭔가를 하고 있을 겁니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그것조차 없으면 삶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이 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건 뭔가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열심을 다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면 삶을 다시 돌아봐야 하겠지요.
야영 가서 첫 활동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무작정 가야 하니 그저 걸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다가 힘들어 지쳐서 지체하다가 결국 정상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의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떠했습니까? 여기 왜 온 거지? 그랬겠지요.
저는 등산을 참 싫어합니다.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차피 내려올 걸 뭐 하러 힘들게 올라가냐 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때의 등산은 그나마 정상도 못 올라간 의미 없는 삽질이었겠지요.
그러나 여러분들보다 삶을 오래 살다 보니 그게 인생이었습니다. 인생은 마음먹은 항로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성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라던 바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에 혹 도착했을 때 한라산의 백록담을 보는 것 같은 성취감을 기대했다면 실망뿐이었을 겁니다.
성취한 결과만 가지고 인생을 판단한다면 허무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결과는 죽음입니다. 그 종착점인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며 과정인 인생을 불평하며 살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저 그 과정을 즐겼어야 했습니다. 아카시아 향이 콧등에 퍼지고, 한 번씩 먼 곳을 바라다보면 보이기도 한 바다의 풍경들, 그리고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친구들...
여러분들은 고등학생이 되어 산행처럼 여정을 따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한 걸음씩 걸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그 여정의 결과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살아서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등산로와 뭐가 펼쳐질지 모르는 불안감은 기대와 설렘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야영활동이 의미가 있었냐구요? 그건 장소와 프로그램의 질과 조교, 그리고 음식, 같은 방의 친구들에 의해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분들 각자가 할 대답이며 책임입니다. 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가변적인 상황 의존적이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여러분들은 잘 해내고 있습니다. 보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영혼과 진심이 담긴 학교생활, 사소한 것에도 충실하며 성장한 여러분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