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남, 그리움ㅠㅠ

내가 청블리가 된 이유

by 청블리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다.

난 작년과 똑같은 교실의 담임으로 같은 장소에 머물게 되었지만, 똑같지 않았다. 일상처럼 마주했던 그 공간을 채우던 학생들의 자리에 새로운 아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한 기억의 잔상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잠시 손님을 맞이한 느낌이다. 시작은 늘 이랬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 중 세 명이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을 해왔다.

개인 정보 부분은 지우고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여 문자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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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학년말에 반학생들에게 전화번호를 지울 것이니 혹시라도 연락하려거든 자기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했고, 학교에 남아서 학생들을 올려 보낼 때는 빨리 잘 적응해야 하니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철벽을 치곤했다.

그런데 그게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그리움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어차피 내가 그렇게 철벽을 치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서서히 잘 적응했었는데...



아이들이 있는 그 시간대는 고등학교 1학년... 내가 주로 있던 시간대라서 중학교에 와 있는 난, 느낌이 사뭇 낯설었다. 여전히 아이들의 그 시간대와 공간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착각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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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들에게 졸업하기 전 선물처럼 안겨 주었던 청블리영어코스 교재를 고등학교 가서도 보고 있다는 인증샷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아이들은 당분간 동영상강의로 나를 만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도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응원을 계속 담아주기로 했다.



졸업하면 교사는 갑이 아니라 을이 된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자주 하곤 했다. 교사가 아무리 학생들이 보고 싶어도 먼저 연락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원칙을 깬 경우도 있었지만 현실이 아닌 추억을 바꾸려 하듯 먼저 교사가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원칙이었다.



난 늘 "추억은 현실과의 단절"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때론 추억을 서두를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먼저 이렇게 연락을 해 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래도 나의 아쉬움은 그저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지낼 아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닿기를...



<나는 왜 청블리가 되었는가? 이 학생들은 왜 졸업 후에도 연락을 하는가?>

나의 별명이 "청블리"라고 하면 모두가 의아해한다. 어딜 봐서? 어딜 볼 게 아니다. 비주얼로 붙은 별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구열이 높았던 대구여고에서 내가 분홍색 옷을 입고 갔을 때 학생 한 명이 불러준 것을 시작으로 학생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수업을 통해 확정되고 이름까지 대신하는 호칭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특별보충수업과 점심시간 인문학 특강과, 영어멘토링을 수료한 학생들에게는 "청블리키즈"라는 별칭이 수여(?) 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학생들은 "청블리키즈"들이다. 1년간의 영어멘토링과 겨울방학 특별보충수업에 끝까지 남았던 학생들이었다. 그중 한 학생은 고등학교 가자마자 영어시험을 쳤는데 청블리수업과 교재에서 많이 나왔다고 청블리키즈임을 뿌듯해하기도 했다. 청블리키즈는 내 뿌듯함이기도 하다. 내 모든 걸 쏟아부은 교육적 결정체이자 결실이기 때문이다.

청블리키즈는 내게 도움을 받으러 나에게 손을 내밀었던 아이들이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영어학습 독립에 성공한 아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머지않아 청출어람이 될 것이다.


난 올해도 새로운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영어멘토링의 경우, 다가가서 아이들이 내게 손을 내밀 기회를 줄 수는 있지만 내가 먼저 억지로 잡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내민 손은 절대로 놓지 않지만, 이이가 손을 잡았다가도 먼저 놓는 건 나도 어찌할 수가 없어 가슴이 아프다.

모두가 청블리를 만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다 청블리키즈가 되는 건 아니다. 부디 나의 열정과 진심과 노력이 아이들의 가난하고 절실한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청블리키즈가 많다면 산술적으로는 나의 에너지와 노력을 더 많이 사용했을 것이니 그만큼 더 힘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난 그 만남과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힘과 에너지를 얻는다. 오히려 날 힘들게 하는 것은 몸은 편한데 아이들이 내게 아무런 도움도 기대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무력감이다.


난 올해도 (17년째) 주어진 수업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호소하고 홍보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 밖 <영어멘토링학습코칭>과정으로 아이들의 선택을 받는다. 학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과 아이들의 자기주도성에 초점을 두어 각자가 자신만의 무대 주인공이 되도록 멘토링 나는 무대만 마련해 주고 아이들의 출발점과 수준과 속도를 존중하면서 아이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하며 무조건 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준다는 것. 결국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을 위해서,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난 아이들이 각자의 무대에서 자주 넘어져도 결국에는 일어나서 자신만의 무대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축복을 누리는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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