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상(Feat. 영어멘토링진행상황)

by 청블리쌤

<특별한 일상>

드디어 어제 우리 반 학생들이 완전체가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이 릴레이로 코로나 확진이 되어 등교중지되었던 탓이다. 당연했던 일상이 이렇게 특별한 감사와 감동의 제목이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일상이 특별하고 매순간 감사가 넘치길 기대해본다.


완전체 기념으로 자리추첨을 했다. 희비가 엇갈렸고, 불평이 당연히 있었지만 어차피 추첨을 다시 해도 불평이 없지 않을 것이니.. 아예 처음부터 재추첨은 없다고 확언을 했다. 단, 맨 앞 자리와 맨 뒷자리의 교환만 허용했다.


우리학교 교정에도 벚꽃이 만개하였다. 초상권침해니 뭐니 하면서 툴툴거리는 남학생들도 모두 끌고 나와서 코로나 시국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식사하러 가는 길에 일찍 나와서 벚꽃 아래 단체 사진을 찍었다. 벚꽃 같은 젊은 아이들의 무리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사진은 내가 찍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들이 원성이 들려왔다. 사진마다 내 손가락이 출몰했다고... 단체 사진에서 완전히 빠지고 싶지 않은 내 잠재의식의 발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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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 벚꽃



<영어멘토링>

올해로 17년째 진행하는 영어멘토링... 중학교 와서는 두 번째다. 첫 해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이미 겪었던 실패의 경험과 만나니 아이디어가 자꾸 생긴다.

시작은 90명인데 실수로 신청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나니 85명이 본격적으로 영어멘토링을 하고 있다.


작년 대비 달라진 점들

1) 아이들의 자율성을 너무 믿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기에는 절실함이 부족하고, 학원만 다니는 수동성이 몸에 배어 있어, 멘토교사인 나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었다.

작년에는 2학기부터 대면점검을 활성화했는데 처음부터 대면점검을 강조하며 실시하고 있다. 바로 탈락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2) 학생들의 역량이나 속도를 존중한다는 전제는 맞았지만, 너무 여유를 갖게 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청블리교재를 선물하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참고가 되도록 했지만, 역량을 갖추었으면서 목표의식이 뚜렷한 학생들은 약간의 도전적인 미션으로도 충분히 그 이상 학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

올해는 청블리코스를 학생 수준에 따라 더 빨리 끝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최종단계에서 모의고사 유형별 대비법까지 수업해줄 수 있는 순간을 꿈꾼다. 그 이후에는 어떤 수업도 필요 없이, 스스로 모의고사를 취미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읽으며 즐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3) 콘텐츠형 온라인강의를 단계별로 준비해두어 시공간을 초월해서 수업을 들을 수는 있지만, 현장 강의의 효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바... 작년에는 1학기말부터 시작했던 수업을 3월부터 바로 시작했다.

요즘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원으로 학생 수강료 없는 채움 수업으로 소수 인원 지도가 가능해졌지만, 난 20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한다.

대구여고에서 6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청각실에서 방학 특보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고, 더 젊을 때는 80명 이상의 학생들과 3일간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어 대규모 수업은 어색하지 않다.


인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난 학생들의 몰입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정규 수업 시간에 수준을 더 낮추면서 참아야 했던, 정말 알려주고 싶었던 영어에 대한 핵심적인 사항들을 마음껏 전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도 학원에서 기계적으로 암기했었는데 내 수업을 통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영어에 흥미가 생겼다는 반응으로 내게 지속할 힘을 주고 있다.


4) 과감하게 수준에 따라 기본반과 중급반으로 이원화하여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2개 수준에서도 개인차와 속도를 존중하여 지도한다. 필요한 학생은 방과후에도 상담 및 코칭을 하며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통로도 열어 두었다.


5) 아이들과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한다. 단체 문자 메시지와 편지, 설문 등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주고 있다.


작년에도 의외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나의 역할을 조금은 찾았던 것 같았는데, 올해는 그 다음 단계로 넘어 간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 기획하고 고민하는 과정자체가 즐겁고 설렌다. 수업시간도 설레고, 멘토링 연계 수업은 더 설렌다. 작년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자체에 대해 고민하며 힘들어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실제적인 고민을 하면서 행복해 한다.


굳이 내 수업을 들으려 와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아이들은 나를 만난 것을 인생의 가장 큰 축복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런 비장한 각오로 아이들을 만난다. 나의 혼잣말 같은, 주문 같은 소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추가 이야기-고3의 흔한 일상>

둘째 딸은 즐거운 고3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토리 전개를 원망하고 불평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아무도 응시하지 않는 동아시아사 모의고사문제로 자습시간에 친구들끼리 내기를 하여 꼴찌 두 명이 15명의 반지사탕을 N분의 일로 사서 돌렸다고, 그 반지를 내게 자랑했다.

외래어나 영어를 쓰면 서로 벌점을 줘서 벌칙(무서운 담임선생님께 대표로 편지쓰기)을 받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란다. 맨날 Good, Good! OK를 입에 달고 살고, 남의 말에 잘 속는 딸이 1등을 할 것 같다. 그래도 즐겁단다.


고3 때는 똑같이 놀아도 훨씬 더 재미있고 더 짜릿하며, 사소한 일상조차 추억이 된다. 원래 하지말라고 하는 것을 할 때가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난 딸아이의 즐거움에 찬성이다. 고3이 뭐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핀잔 따위는 주지 않는다. 함께 즐거워해준다. 그 순간이 모여서 아이들은 평생 살아갈 추억의 힘도 얻고 진짜 친구도 만들어 간다. 공부야 나중에 더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런 순간들은 훗날 그리워도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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